오피니언

[동십자각] 기본에 충실하자

“제 남편 같지가 않아요.” 지난 주 숨가쁜 귀국 일정을 보내고 있던 프로골퍼 최경주를 두고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그의 아내 김현정씨가 이렇게 말했다. 불과 몇분 만에 업데이트되는 인터넷을 통해 이역만리 먼 곳에 있는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쫓다 보니 ‘대단한 사람이구나’ 싶었던 모양이었다. “옆에 있을 때는 잘 몰랐다”는 것이 그녀의 말이었다. 바로 그 때 최경주는 어린 주니어 골퍼들을 앞에 두고 ‘평소에는 잘 모르는’ 또 다른 것, 그립(Grip)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골프채를 잡는 법을 말하는 ‘그립’은 골퍼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며 스윙을 하려면 반드시 익혀야 하나 점차 중요성이 잊혀지는 것이기도 하다. 최경주는 “그립을 제대로 하지 않아도 공을 칠 수는 있지만 더 잘 칠 수는 없다”면서 스무 명 어린 골퍼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 제대로 된 그립의 감을 익히도록 했다. 십 여대의 TV카메라가 돌아가던 그날 그는 ‘뻥뻥’ 장타를 날려가며 폼을 잡을 수도 있었다. 어린이들의 스윙을 이리저리 고쳐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어 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경주는 예정됐던 한 시간의 곱절을 들여 가며 쉽게 알아 볼 수도 없는 그립을 손봤다. 잭 니클로스의 책을 보며 골프를 익혀 집념과 투지로 미국에 진출하고 보니 기본부터 다시 배워야 했던 자신의 지난 날이 생각나서였을지도 모른다. 그날 최경주처럼 우리는 앞에 선 이들을 지켜보게 됐다. 최경주는 아이들을 가르쳤지만 우리는 대선 주자들을 판단하려 한다. 앞에 선 많은 이들은 연일 장타에 정교한 아이언 샷, 각종 기술 샷 실력이 있노라고 과시하고 있다. 화려한 샷 잔치, 말 잔치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과연 그립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지금은 볼을 잘 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그립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부족한 자는 누구일까. 꼼꼼히 따져야 할 것이다. 제대로 판단하는 법은 최경주의 귀띔으로 배울 수 있다. “많이 보고 자세히 보고 또 보고 자꾸 보면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