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중순까지만 해도 미국 증시의 분위기는 냉랭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0월14일 장 중 한때 1,820포인트까지 하락했고 이는 9월 최고점 2,019포인트에 비해 거의 200포인트나 내려간 것이다. 당시를 회고해보면 고점 대비 10%에 가까운 조정을 보인 상황에서 기술적 반등을 기대하는 쪽과 본격적인 조정을 주장하는 쪽이 팽팽하게 맞섰다.
현재 S&P500지수는 다시 2,000포인트를 회복하고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나고 나서 보니 미국 증시는 기술적인 반등도 본격적인 조정도 아닌 V자의 강한 반등을 전개한 것이다.
이처럼 미국 증시가 V자 반등을 전개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필자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바로 소비의 힘이다.
미국의 소비는 전체 경제의 70%를 담당하고 있는데 이를 견인하는 중심축은 근로소득과 자산소득이다. 고용지표는 여러 가지 논란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개선되며 근로소득 증가를 뒷받침하고 있고 양적완화 축소와 종료 속에 주택시장의 회복세가 더디지만 주식시장 강세 속에 자산소득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소득 증가를 바탕으로 소비가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3·4분기 국내총생산(GDP)이나 기업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것도 바로 내수와 소비에서 비롯되고 있다. 기업들은 설비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있고 가계는 소비지출을 늘리면서 선순환구도가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신호는 기업실적에서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카드회사인 비자(VISA)와 마스터카드(MasterCard)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그것이다. 소비 증가 속에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두 회사의 주가는 10월 마지막주에만 13% 이상 급등했다.
매크로 지표도 소비에 대한 기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컨퍼런스보드 소비심리지수는 10월에 94.5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는 86.9를 기록했는데 두 지표 모두 2007년 이후 최고치였으며 개선 속도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미국의 소비심리지수가 앞으로 더 빠르게 개선되며 레벨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그렇게 보는 이유는 유가의 안정세다. 장기적으로 소비심리지수와 유가의 관계를 보면 유가의 장기 하향 안정국면에서 소비심리지수의 레벨이 더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유가의 하향 안정이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끌어올리는 효과로 연결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