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세계경제석학 특별인터뷰] 그레엄 IIE 선임연구원

"한국 노동.금융문제 해결해야 미래있다" >>관련기사 "한국 기업에는 외국의 경쟁사에 비해 너무 많은 인력이 있기 때문에 노동생산성이 떨어집니다. 기업이 근로자를 줄이려는 것은 노조의 힘이 너무 강해 불가능한 일이 됐지요. 현재 10%의 인력을 감축하지 않으면 미래에 100%의 경쟁력을 잃는다는 사실을 한국은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경제연구원(IIE)의 에드워드 몬티 그레엄 박사는 한국 경제는 노동과 금융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발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경제가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영국의 대처총리와 같은 강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레엄 박사를 전화로 연결, 대화를 나눴다. - 한국 재벌문제에 관해 한국 기업인들과 논쟁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만. ▲ 지난 6월 워싱턴에서 한-미 재계 회의가 열렸습니다. 그 자리에서 한국 기업인들은 미국 회사들이 한국을 싸게 매입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예로 대우자동차를 들었지요. 대우차 매입에 포드가 70억 달러를 제시했지만, 제너럴모터스(GM)는 그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동안 대우가 공개하지 않은 부채가 많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한때 대우그룹에서 일했던 기업인은 대우의 공개되지 않은 부채가 많았던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GM이 가격을 낮추게 된 것도 이해하게 됐습니다. 나는 한국 기업인들이 가진 다른 관점의 견해를 충분히 들으려고 노력했지만, 궁극적인 문제에서는 해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 한국 재벌 기업들이 최근 엄청나게 부채 축소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렇지만 부채비율은 여전합니다. ▲ 나는 2년 전에 부채를 증권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한국에 제시한 바 있습니다. 지금 현대건설에 이 방안이 적용되고 있지요. 한국이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는데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부채를 유가증권으로 전환할 때 가격을 어떻게 산정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사려면 전문적인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믿게 됩니다.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통해서 가격을 결정해야 하는데, 재벌기업 회장들은 애널리스트들이 값을 깎으려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 한국의 노동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 한국의 노사관계에는 크게 두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먼저 공장에 근로자가 너무 많다는 사실입니다. 현대자동차의 예를 들겠습니다. 98년의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1인당 생산성은 도요타 등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에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98년에 현대자동차에서 대규모 파업이 있었습니다. 그때 회사가 1,000명 이상의 근로자를 해고하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노조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쳐 회사측은 더 이상 해고는 없다며 타결을 보았습니다. 이는 마가렛 대처 이전의 영국과 같은 상황이라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는 경제 발전의 정체였지요. 기업들이 노조의 파업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다면, 기업의 과잉 인력은 여전히 유지돼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경쟁력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현재에 10%의 인력을 감축하지 않으면 미래에 100%의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영국에서 입증된 사실입니다. 한국의 노동조합이 기업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임금 협상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노동관계도 한국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때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자금 사정이 어려운 기업의 노조는 정부가 나서서 구제해주길 바란다는 점입니다. 대우자동차 노조가 그 예에 해당합니다. - 한국의 노동운동이 과격해서, 대외신인도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그같은 지적에 동의합니다. 대우자동차 노조의 예를 들면 부평공장을 유지해달라고 주장을 하고 있는데, 그런 것들이 국제시장의 신뢰를 잃는 것입니다. _ 김대중 정부의 그동안의 경제 개혁을 평가해주시지요. ▲ 김대중 정부의 경제개혁은 많은 진전이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김대통령은 경제를 재건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직 그 일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외환위기 직후 정부의 개혁조치들은 좋은 이미지를 주었습니다. 문제는 외환 위기 직후에 금리가 급등했을 때 한국 정부가 지나치게 빨리 금리를 끌어 내렸던 게 아닌가 하는데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금리가 빨리 오르고 너무 빨리 내렸던 것입니다. 그래서 경기 후퇴는 짧은 시기에 지나가 버리고 경제는 빠르게 회복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빠른 회복은 다른 문제를 낳았습니다. 장기적으로 경쟁력 회복에 부정적인 현상들을 가져왔던 것이지요. 어떤 부분에서는 거품 현상마저 나타났습니다. 한국 내에서도 경제 회복을 위해 금리를 너무 빨리 내려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거시정책상 급격한 금리 인하가 좋은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도 논란이 있습니다. - 하이닉스(옛 현대전자)에 대해 정부가 구제금융을 해주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동의합니까. ▲ 그렇습니다. 하이닉스는 수익성이 좋지 않습니다. 나는 정부가 하이닉스를 지원하는데 두가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하이닉스에는 고용인력이 너무 많다는 사실입니다. 연구보고에 따르면 삼성전자보다 1인당 생산성이 떨어집니다. 정부가 산업은행을 통해 하이닉스를 지원하면서 인력을 줄이라고 한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하이닉스가 구제금융으로 건강한 회사로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는 지켜봐야 합니다. 둘째로 대북 사업과 관련되어 있다는 지적입니다. 나는 남북한 문제에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하이닉스와 현대건설에 대한 지원이 대북사업과 별개로 진행되고 있는지에는 의문입니다. 현대가 북한 사업에 많은 비용을 들였지만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정부가 현대그룹의 모든 손실을 구제해주겠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 국제반도체 가격이 하락, 반도에 회사들의 감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반도체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D램 가격이 폭락하고 있습니다. 그럴땐 당연히 생산라인을 줄여야 합니다. 대만과 미국도 반도체 분야의 과잉 설비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가격 폭락의 원인은 국제적인 설비 과잉, 생산 과잉에 있습니다. 게다가 국제적인 수요도 줄고 있지요. 인터넷이나 정보통신 산업이 급격하게 붕괴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던 것입니다. 생산설비가 남아돌아갈때는 설비를 중단해야 합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비교할 때 하이닉스 쪽에서 불필요한 설비가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생산설비도 하이닉스 쪽에서 더 줄여야겠지요. 그것이 문제입니다. - 한국의 은행들은 여전히 많은 부실여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뱅킹시스템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지난 98년 한국 금융권은 엄청난 부실 여신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자산관리공사에게 넘겼습니다. 부실 여신을 축소하는 문제는 재벌의 부채 축소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수 있습니다.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은행을 소유하면서 가지고 있는 지분을 주식으로 나눠 많은 사람에게 매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누가 사는가 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많은 기관투자자들은 부실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미국의 연금기금ㆍ뮤추얼 펀드등 외국인 투자자들을 유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장기적으로 한국 증권시장의 소액 투자자들이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새로운 발전이 이뤄질 것입니다. 기업 경영진이 부실할 경우 기관투자자들은 경영진 교체를 요구할수 있습니다. 90년대 초 GM에서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GM은 많은 부채가 있었는데, 기관투자자들이 경영진의 잘못을 물어 교체를 요구했습니다. 투자자, 즉 소액 주주들이 경영진을 교체했던 것입니다. 부실 여신의 증권화는 한국 증권시장을 발전시키고, 기관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힘을 부여할 것입니다. 미래의 개혁은 이들에 의해 움직여질 것입니다. - 한국은행이 최근 금리를 내렸습니다만, 더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 물론 더 많은 금리 인하에 찬성합니다. 거시 경제가 취약할때는 금리 인하가 좋은 처방입니다. 미국도 최근에 몇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렸지 않습니까. 한국은 수출지향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금리를 더 내려도 경제에 영향이 없을 것입니다. - 미국의 경기침체로 한국의 수출이 둔화되고 있습니다. 좋은 처방이 없습니까. ▲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는데 대해 한국이 손쓸 방법은 없을 것입니다.(웃음) 그렇지만 미국 경제가 좋아지길 기다리지만 말고, 한국의 노동생산성을 높여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은 벌써부터 다음 대통령 선거 얘기가 나옵니다. 차기 대선 후보에게 할 말씀이 있습니까. ▲ 누가 당선되느냐 여부와 관계없이 우선 증권 시장 개혁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투자기관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제 개혁은 4~5년 이상 걸리는 것이므로 개혁을 지속하는 것이 정치 변동과 상관없이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리=김인영 뉴욕특파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