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울릉도의 임대주택

얼마 전 울릉도를 찾았다. 울릉도 관광객들이 찾는 곳 중 하나가 봉래폭포다. 어업기지로 유명한 저동항에서 경사로를 따라 산 중턱쯤까지 올라야 갈 수 있는데 중간에 아담한 아파트 단지가 있다. 지형이 비탈진 탓에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아파트는 산뜻한 외관에 주변환경과도 제법 잘 어울린다. 마을버스 운전사에게 임대인지 분양인지를 묻자 그는 "좀 창피한 얘기인 데…"라며 말을 꺼냈다. "3년 전 입주자를 모집했는데 섬 전체가 난리가 났어요. 울릉도에 제대로 된 아파트라고는 처음 지어졌으니 그럴 만도 하죠. 그만큼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도 되고요" 울릉도 임대주택은 지금은 토지주택공사가 바뀐 주택공사가 지었다. 3~4층 연립주택형태로 모두 71가구로 모두 전용면적 50㎡이하다.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아파트로 크기에 따라 약간씩 다르며 보증금 1,000만원 내외에 월 임대료는 5만~10만원 사이다. 울릉도는 바다 한가운데 솟은 산과도 같다. 밭은 모두 산비탈을 개간한 것이고 계단처럼 층층이 집들이 들어서 마당은 사치품이다. 방문을 열면 앞집 지붕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 울릉도의 집들이다. 공터도 없어 건물 옥상은 아이들의 놀이터다. 이처럼 열악한 주거환경은 주공이 지은 임대주택을 울릉도의 명물로 만들었다. 울릉도에 작지만 번듯한 아파트가 들어선 것은 주택공사가 공기업이어서 가능했을 것이다. 이윤을 따졌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서민들에게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제공한다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다 준 것이다. 국민들은 이처럼 주택공사에 지금은 토지공사와 한 몸이 된 토지주택공사(LH)에 공공의 권한과 책무를 주고 그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과 LH의 행보를 보면 주객이 한참 뒤바뀐 것처럼 보인다. 서민들에게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라고 서울 주변의 그린벨트를 푸는 데 동의했더니 이제는 이런저런 핑계로 값을 올리려 하고 있다. 두 회사를 합병해 LH를 만들더니 다시 반으로 쪼개 영호남에 나눠주려 한다. LH가 서민 주거안정에 어떻게 더 많이 기여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정치권과 LH에 권하고 싶다. 울릉도의 명물 임대주택에 가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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