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삼밭이 고속도로 옆까지 간 까닭은?

"새 땅 찾다보니…" 연작 안되고 지력 회복에 10년<br>웰빙 열풍에 수요 급증도 한몫…수입대체 힘든 "고소득 작물"


“고속도로를 주행하다가 까만 비닐 천으로 덮인 곳이 느닷없이 나타나 처음에는 놀랐죠. 고속도로 옆 인삼 밭은 아무래도 어울리는 풍경이 아니어서 그다지 보기 좋지 않습니다.” 고속버스 운전기사인 김모씨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최근 들어 호남고속도로에 낯선 풍경이 등장했다. 까만 비닐(일명 일복)로 덮인 인삼 밭이 그것이다. 2~3년 전부터 호남고속도로를 중앙에 두고 양 옆으로 하나 둘 생기던 인삼 밭이 이제는 면적을 점차 확대해가면서 고속도로를 따라 길게 늘어섰다. 녹색의 고속도로 주변 풍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까만 비닐 숲은 김씨처럼 호남고속도로를 운행하는 사람들에게 불편함마저 안겨줄 정도로 늘어났다. 청정과 웰빙의 대명사인 인삼이 수많은 자동차로 시끄럽고 매연이 많은 고속도로로 진출한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한마디로 돈이 되는 소득작물이기 때문이다. 6년근 인삼은 한 평을 기준으로 생산비가 4만~5만원이지만 수확하면 8만~10만원에 이를 정도로 고소득 작물이다. 웬만한 농산물은 밀물처럼 쏟아지는 중국산 때문에 제값을 받기 힘들지만 인삼의 경우 국내산 선호도가 워낙 강해 수입산이 대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웰빙 열풍을 타고 홍삼이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홍삼시장 규모는 약 6,000억원 정도로 지난 2005년의 4,000억원에 비해 무려 50% 가까이 성장했다. 이처럼 인삼의 수요증가와 고소득 작물이라는 특성 때문에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앞 다퉈 인삼재배를 농민들에게 권유하고 있고 농민들도 담배인삼공사와의 계약재배 등 안정적인 판로에 대한 기대로 인삼재배에 너도나도 나서고 있다. 농민들 사이에 일기 시작한 인삼재배 붐은 실제 재배면적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2003년 전국 인삼 재배면적은 1만2,016㏊에서 지난해에는 1만6,405㏊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인삼은 연작이 힘들어 초작지를 찾는 것도 고속도로 옆까지 인삼 밭이 진출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강성철 농협중앙회 인삼사업부 과장은 “인삼은 한번 재배하고 나면 10년 정도 지나야 지력이 회복되기 때문에 계속 새로운 땅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삼 고장으로 잘 알려진 금산ㆍ풍기ㆍ강화 등지의 인삼 밭은 갈수록 줄어 인삼 유통시장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전북ㆍ전남 지역의 인삼 밭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인삼 재배면적이 늘어나면서 인삼 수확량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03년 1만5,172톤이던 인삼 생산량이 지난해에는 1만9,850톤으로 늘어나 장기적으로 인삼가격 하락 등의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전북인삼조합의 이희석씨는 “인삼 밭은 처음 설치할 때 작업이 힘들지만 자리를 잡고 나면 오히려 다른 작물보다 관리가 쉽고 고소득을 올릴 수 있어 당분간 인삼 밭 재배면적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들은 고속도로 옆에서 재배되는 인삼에 대해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광주 동구 학동의 박모씨는 “아무래도 매연과 소음 속에서 재배되는 인삼은 소비자 입장에서 꺼릴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인삼을 구입할 때 어디서 재배됐는지 꼭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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