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LG전자 직원의 '상대적 박탈감'

“한편으로 이해는 합니다만 좀 씁쓸하네요.” 최근 한 술자리에서 만난 LG전자의 평사원 K씨(과장ㆍ37)는 이렇게 말하며 연신 소주잔을 들이켰다. LG전자는 최근 임단협에서 올해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째 동결이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 속에서 생활해야 하는 ‘월급생활자의 애환’쯤으로 이해하려는 기자에게 그가 뱉은 말은 “임금동결이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이라고 한다. LG전자는 주주총회에서 기존 30억원이었던 이사보수한도를 35억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사의 숫자는 지난해와 동일한데도 보수한도는 5억원 올린 것이다. 회사경쟁력을 위해 고통분담에 나선 직원들로선 ‘임금 동결’과 대조되는 ‘이사보수한도 인상’이 섭섭하기만 하다. 주총 후 남용 LG전자 부회장에게 임원보수한도 인상 이유를 묻자 “지난해 30억원 한도 중 실제 지급된 것은 17억5,000만원에 불과했다”며 “올해 35억원을 쓰겠다는 것이 아니라 혹시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 올려놓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식적이라면 고통분담의 요구대상은 회사를 책임진 경영진이 우선순위의 앞에 있어야 한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지난 2006년 회사 사정이 나빠지면서 기존 보수한도를 파격적으로 줄였기 때문에 미래를 대비해 늘려놓을 필요가 있고 어차피 다 쓰지 않으니 상징적인 의미만 있으며 LG그룹 계열사들 중 LG전자의 이사보수한도가 최저권”이라고 해명한다. 세계 자동차 빅3의 하나인 포드의 윌리엄 클레이 포드 주니어 회장은 지난해 14억7,000만원의 연봉을 회사에 반납하면서 회사가 수익을 낼 때까지 보수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보여주는 그의 결정은 포드 회장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핵심인재를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해 생존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발등의 불인 LG전자에게 경영진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이라는 것이 아직은 설익은 주문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한도만 올려놓았을 뿐 실질 임금 수준과는 무관하다는 회사의 설명도 납득이 안 간다. 회사 측의 해명대로 이사보수한도 인상이 그저 ‘상징적인 의미’에만 머무는 것이라면 바로 그 상징을 위해 오히려 보수한도를 인하하는 파격이 더 멋스럽지는 않았을까. “반찬 값이 장난이 아닌데 아내에게 임금이 동결됐다고 말하기 정말 미안했다”는 K씨의 넋두리가 영 찜찜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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