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외평기금 10兆 손실
환율하락 영향… 관리실패 책임싸고 논란 클듯
환율안정을 위해 정부가 조성한 외국환평형기금이 지난해 10조원을 넘는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4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환평형기금의 운용을 통해 전년(5,219억원)보다 20배 가까이 늘어난 10조2,205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보고서는 이처럼 막대한 손실이 생긴 것이 외화채권발행금리가 외화자산 운용금리를 상회한데다 원ㆍ달러 환율 하락에 의한 평가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최중경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지난해 환율이 15% 이상 떨어지면서 환차손을 입었지만 이는 장부상의 평가손실일 뿐"이라며 "다른 나라들도 외환보유액에 대해 평가손 개념을 쓰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것처럼 정부당국이 환율방어를 위해 시장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외평기금을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는 바람에 손실규모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외환시장 개입에 따른 실효성을 감안하더라도 10조원을 넘는 손실규모가 발생함에 따라 외평기금 관리 실패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외환당국의 개입의 결과로 막대한 손실발생을 추궁한 국회가 다시 이 문제를 집요하게 추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환율방어 비용의 책임공방이 재연될 경우 앞으로 출범하게 될 한국투자공사(KIC)의 위상과 역할범위 등을 둘러싼 재경부와 한은 사이의 알력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김민열 기자 mykim@sed.co.kr
입력시간 : 2005-03-31 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