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고준위 방사성 핵폐기물 재처리 문제에 대해 공동 연구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우리나라의 핵폐기물 저장능력은 오는 2016년께 포화 상태에 이를 예정이어서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문제는 현재 시급한 국가적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23일 “지난 14~17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28차 한미 원자력공동상설위원회에서 양국이 협력, 원자력 관련 공동연구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과기부는 이와 함께 오는 2014년으로 효력이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에 대해 “이른 시일 내에 양국이 개정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미국의 사전 동의 없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한국의 독자적 원자력 기술개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국내 원자력 기술발전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과기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이번 회의에서 ▦원자력공동연구 ▦원자력안전협력 ▦안전조치 ▦핵연료주기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총 78개의 기술협력 과제를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향후 한국원자력연구소(KAERI)와 미 로렌스 리버모어연구소간 기술협력 약정 체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고준위 방사성 핵폐기물 재처리를 위한 핵심기술인 ‘파이로 프로세싱(Pyro-processingㆍ건식정련처리)’ 기술 분야에 대해서도 양국이 연구협력을 강화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과기부는 밝혔다.
김영식 과기부 원자력 국장은 “파이로 프로세싱 공동연구는 4년 전 양국 연구소 차원에서 공동연구 논의가 진행돼 온 사안”이라며 “이번 회의를 통해 처음으로 국가 차원의 공동연구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연구협력 분야 등은 10월 개최될 ‘선진핵주기포럼’에서 양국이 다시 만나 좀더 밀도 있는 논의를 나누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양국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에 대해 내년 상반기 검토회의를 시작으로 적극적으로 협의, 가급적 2012년까지는 개정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김 국장은 “양국간 공식적 채널을 만들어 각국이 검토한 내용을 향후 회의에서 교환하는 식으로 (개정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