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경기둔화' 무릅쓰고 '집값안정' 택했다

■ 콜금리 0.25%P 인상<br>인상 주저하다 버냉키 발언에 막판 명분 얻어<br>"경기상승세 지속" 추가인상 가능성도 열어둬<br>"뒷북인상…선제적 통화정책 실패" 책임 남을듯


'경기둔화' 무릅쓰고 '집값안정' 택했다 ■ 콜금리 0.25%P 인상인상 주저하다 버냉키 발언에 막판 명분 얻어수차례 "경기상승세 지속" 추가인상 가능성 남겨"뒷북인상…선제적 통화정책 실패" 부담 남을듯 김영기 기자 young@sed.co.kr 한국은행이 지난달에 올렸어야 할 콜금리를 한달 늦은 6월에야 움직였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에 따른 물가 앙등 우려,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부동산 값, 여기에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등 이른바 ‘트리플 고(高)’에 금융통화위원회의 부담이 한계에 이른 것이다. 지난달 동결 당시 제기됐던 ‘코드 금리(대통령 환율 발언과 연계된 결정)’나 ‘식물 금통위’ 등의 비판도 일단 수그러들게 됐다. 하지만 ‘선제적 통화정책’에 실패한 금통위의 뒷북 인상 부담은 두고두고 남을 듯하다. 무엇보다 경기둔화가 가시화할 경우 그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는 ‘독배(毒杯)’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부담 대신 ‘집값’=지난달 동결 이후 한은 안팎에서는 6월 금통위에 어느 때보다 관심을 기울여왔다. 시장의 예상은 지난달 하순까지도 ‘동결’ 쪽이 압도적이었다. 이런 예측은 이달 들어 조금씩 바뀌었다. 이번주 금통위원들의 발언도 인상 쪽에 무게가 많이 실렸다. 금통위원들이 외견상의 명분으로 삼은 것은 역시 한은의 존립 근거인 ‘물가’였다. 이성태 총재는 간담회에서 “1년 이상 지속된 경기회복이 어우러져서 물가가 상승할 수 있는 압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 금통위원은 “7월 미국에 강력한 허리케인이 들이닥치면 유가가 더욱 올라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물가와 맞물려 인상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 것이 바로 집값이다. 이 총재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3ㆍ30 대책’ 등에도 불구하고 올라가는 아파트 가격, 여기에 ‘버블 세븐론’ 등의 정부정책을 비웃듯 늘어나는 주택담보대출에 금통위원들은 상당한 고민을 해왔다. 특히 지방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끝난 후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리면서 콜금리로라도 억제장치 역할을 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을 법하다. ◇버냉키가 ‘코리아 금리’ 움직여=이런 요인들에 마지막 불을 지핀 것은 ‘버냉키 함수’였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 5일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 심화라는 반갑지 않은 상황을 맞고 있다”며 오는 29일 17번째 정책금리 인상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가 동결하고 이달 말 미국이 인상하면 양국간 콜금리 격차는 1.25%포인트까지 벌어져 적정 수준(1%포인트)을 넘어선다. 가뜩이나 정부의 외화자유화 방침으로 자금유출이 심해진 터에 양국 금리차가 벌어질 경우 해외자본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는 탓이다. 경기둔화에 대한 부담 때문에 주저하던 금통위원들로선 인상의 가장 큰 명분을 갖게 된 셈이다. ◇숨 돌린 후 추가 인상 가능성=이 총재는 이날 콜금리 방향과 관련해 크게 3가지로 에둘러 제시했다. “지금의 수준은 여전히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는 것이 하나이고 “7월 이후 통화정책은 ‘균형’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것”이라는 것이 두번째, 그러면서도 “금융완화의 폭을 줄여나간다”는 기존의 입장을 쓰지 않은 것이 마지막이다. 종합할 때 한은은 우선 현 금리가 중립적 수준까지 다다르지는 않은 것으로 보는 듯하다. 금리인상 결정에 따른 부담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총재가 유달리 “경기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말을 몇 차례나 강조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하반기 경기의 하강속도와 물가, 부동산시장 등을 주시하면서 추가 인상의 길을 열어놓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여기에 ‘긴축기조’란 말 대신 ‘균형’이라는 표현을 사용, 인상 행진이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점을 시장에 알린 셈이다. 이주열 한은 정책기획국장도 “여전히 현 금리 수준이 경기 부양적이지만 중립에 한발 더 나아감에 따라 긴급한 인상 필요성은 줄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했다. 입력시간 : 2006/06/0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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