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 환율전쟁 본격화] EU, 외환시장 개입 카드 꺼내나

유로권이 결국 외환시장 개입이라는 카드를 꺼내 드는 것인가.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유럽중앙은행(ECB)에 외환시장 개입을 통한 유로화 약세 유도를 공식 주문하면서 각국간 환율전쟁이 더욱 불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유로권은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의 통화 절하 경쟁에 이렇다 할 응수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99년 출범 이후 달러화에 밀렸던 유로화가 자존심을 회복하게 됐다며 유로화 상승세를 반기기까지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독일이 가파른 실업률(11%), 기업투자 위축 등으로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게 되는 등 유로권 전체가 당초 예상보다 심각한 경제 침체 위기에 놓이면서 상황이 급반전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 침체의 몸살을 앓고 있는데, 경쟁국의 통화 전쟁에 나 몰라라 할 경우 내수에다 수출까지 위축되며 돌이키기 힘든 경제 공황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유로권은 올들어 지난 1ㆍ4분기 경제 성장률이 가까스로 0.1%의 플러스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올해 전체로 플러스 성장세를 구현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다. 특히 독일은 이 같은 경제 침체에다 강성 노조, 세계 최고의 노동비용 등으로 기업 투자 심리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으며, 커질대로 커진 사회복지 부담으로 재정적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등 경제 상황이 더욱 꼬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 경제는 적극적인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으로 최근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유로권은 당초 예상보다 더욱 악화되는 등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슈뢰더 총리가 유로화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며 시장개입을 강력히 촉구한 배경에는 이 같은 경제 침체와 왜곡 구조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슈뢰더 총리의 이날 외환시장 개입 촉구는 ECB의 금리 동결에 따른 대안적 요구라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ECB는 10일 현행 수준으로 금리를 동결했는데, 독일은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만큼 통화 가치라도 낮춰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ECB는 외환시장 개입 요구에 앞서 독일은 경제 회복의 최대 걸림돌인 노동ㆍ복지 분야에서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먼저 해야지 인위적인 환율 조정을 통해 경제 회생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 하지만 당장 꺼져가는 유럽 경제를 살리기 위해, 특히 미국ㆍ일본 등과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ECB가 어떤 형태로든 유로화 정책에 손질을 가하지 않겠냐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 미국은 지난 2001년 경기 침체 공식 종료 이후에도 최근까지 13차례나 금리 인하를 단행해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으며, 최근에는 강 달러 정책 포기를 통한 수출 확대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또한 일본은 그 동안의 중앙은행 직접 개입과 함께 시중은행을 통한 간접 매입으로 환율 조정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

관련기사



이병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