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내년 예산안과 연계된 13개 쟁점 감세법안들이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등 야당의 반발 속에 한나라당의 주도로 강행 처리됐다.
‘누더기 입법’이란 지적을 받아온 쟁점 감세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치지 않고 이날 본회의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통과돼 졸속ㆍ부실 심사 논란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또 정부가 제출한 약 283조원 규모의 내년 수정예산안도 ‘형님 예산 삭감-부자 예산 확충’ 등을 주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 속에서 일부 항목을 조정해 강행 처리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본회의 차수를 변경해 13일 새벽 예산안을 통과시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11시께 본회의를 열어 종부세 등 13개 감세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당초 쟁점 감세법안으로 분류된 농어촌특별세법, 주세법, 교통에너지환경세법 등 3개 법안은 민주노동당 등 야당의 입장 등이 반영돼 이날 본회의 처리가 유보됐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감세법안은 김형오 의장이 전날 자정을 상임위 심사기한을 정하며 압박했으나 감세 기준과 형평성에 문제를 고민한 법사위가 가동되지 않아 결국 김형오 의장의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됐다.
이날 본회의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반면 자유선진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참석했다. 특히 민노당 의원들은 박종희 한나라당 의원이 독립기념관법 개정안 등 2건 제안설명할 때 단상에 나와 제안설명을 제지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를 막아 큰 물리적 충돌 없이 법안처리가 이뤄졌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민주당, 자유선진당과 총 4차례의 원내대표 협상을 갖고 쟁점 예산안 삭감 및 증액 여부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11시께 이후부터 민주당을 배제한 채 국회 정무위와 예산결산특별위 계수조정소위를 잇달아 열고 정부 수정예산안 막판 조율에 나서는 등 자정을 넘겨서까지 예산안의 본회의 처리를 시도했다.
이날 예산안 협상에선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관련해 이른바 ‘형님예산’으로 꼽혔던 울산~포항 고속도로 사업 예산 등의 대폭 삭감을 주장하는 민주당과 소폭 삭감이나 집행 보류를 주장한 한나라당간의 입장차가 결정적 결렬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서민ㆍ중소상공인ㆍ중소기업 등에 대한 지원예산 증액 여부를 놓고도 4조3,000억원 증액을 요구하는 민주당과 3조7,000억원의 감액 범위를 넘어서는 증액은 안 된다는 한나라당의 의견이 맞섰다.
양측은 협상 결렬 책임 문제를 놓고 장외 설전을 벌였다. 김정권 한나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언론브리핑에서 “(민주당은 주요 사회간접자본 건설예산에 대해) 모두 형님 예산이라고 정치적 공세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것을 보더라도 민주당은 처음부터 경제 살리기 관심 없고 오직 정치 공세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고 비난했다.
반면 조정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또 한번 한나라당에게 사기극을 당했다”며 “한나라당은 서민과 중소기업을 살리자는 야당의 뜻을 묵살했다”고 맞섰다. 그는 다만 “그럼에도 12일 예산안 처리는 여야가 국민께 약속한 것인 만큼 (본회의 처리 강행을) 몸으로 막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