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로 내놓고 싶어도 팔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충남 연기군에 위치한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가 전하는 시장 분위기다.
행정수도이전 위헌결정 이후 지난 주말 충청권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패닉상태에 빠진 모습이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행정수도 후보지 일대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치는 가운데 일부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동네 주민들과 투자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향후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일부 중개업소들은 투자자들의 항의성 문의를 피해 문을 닫은 모습도 보였다.
◇아직 급 매물 속출은 없어= 그러나 기존 투자자들이 급 매물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매물을 내놔도 팔리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연기군에 위치한 A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매일같이 전화해 상황을 물어본다”며 “처분하고 싶어하지만 선뜻 매물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행정수도 이전 지역 인근이라는 이유로 그 동안 토지투자가 활발했던 청양, 부여 일대는 더욱 분위기가 침체된 상황이다.
청양군에 위치한 B중개업소 관계자는 “막차를 탄 소액투자자 들의 손해가 크다”며 “이미 전문적인 단타 투자자들은 대부분 손을 털고 나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송역 인근 C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부 중개업자들은 곤욕을 치루고 있다”고 전했다. 공주ㆍ연기 등 주변지역에 토지를 소개해준 중개업자들은 계약자들로부터 계약 해제 요구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수도 입지 발표시기 즈음 분양해 투자자들이 구름처럼 몰렸던 조치원 D아파트도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최고 3,000만~4,000만원까지 프리미엄이 형성됐었으나 최근 1,500만~2,000만원까지 내렸다. 그러나 위헌 발표 이후에는 그 이하로도 팔아만 달라는 문의만 있을 뿐이라는 게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주민들 일말의 기대감 갖고 있어= 주민들과 투자자들 사이에 일말의 기대감이 생겨나는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최근 정치권과 정부에서 논의되는 안 가운데 청와대 등을 제외한 공공 기관 이전 방안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기군 코리아부동산 관계자는 “주민들은 충청권 민심 때문에라도 아예 백지화 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행정수도이전 만큼은 아니어도 그에 상응하는 기업도시 유치나, 공공기관 이전 등의 혜택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 역시 지금 매물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장기투자’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행정수도 만한 호재가 없는 이상 부동산 가격 하락은 피할 수 없다는 게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