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상당수 증권사들이 올해 최고 주가로 1,000포인트를 제시했다. 주가약세를 점친 증권사는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보면 낙관적인 전망은 이미 물 건너 간 것 같다.
증권사들의 전망이 결정적으로 어긋난 이유는 무엇일까.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과 지난 연말 또는 올해 초에 IT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사실 지표만을 보면 지난해까지 경기는 그렇게 나쁜 상황이 아니었다. 국내 산업생산이 8%대의 증가세를 유지했고, 수출은 20% 넘는 상승세를 보였다. 해외 역시 마찬가지여서 미국의 실업률이 6.0%를 정점으로 낮아져 극심한 소비둔화 우려를 불식시켜 왔다. 그래도 주가는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 부분을 미국과 이라크간 전쟁이라는 돌발 변수 탓으로 돌렸다. 또 전쟁이 발발하면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곁들였다.
그러나 지금은 주가약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불길한 전망이 들어맞고 있다. 1월 산업생산 증가율이 3%대로 낮아졌고, 설비투자도 대폭 감소했다. 이런 사정은 선진국도 마찬가지여서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가 9년 내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이제는 하반기 경기회복보다 당분간 경기가 얼마나 악화될 것인가가 더 관심이 되고 있다.
IT경기라고 다를까. IT경기 회복에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부분이 PC 교체 가능성이었다. 과거 26개월에 한번씩 대규모 PC교체가 있었고, 지난 99년이 교체 시점이었기 때문에 올해는 어떤 형태로든 대규모 PC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두
달 동안 그런 흔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제는 PC 교체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정 전망은 올해 전세계 PC 출하는 1억3,000만대 정도로 작년에 비해 소폭 늘어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교체수요가 지난해에 비해 1,000만대 이상 늘어나지만, 이 부분 중 상당수가 신규수요 감소로 상쇄되어 버려 실제 효과는 미미할 가능성이 높다. 교체주기 산정 역시 달라지고 있는데 99년에 3년 정도로 주기가 짧아졌던 것은 밀레니엄버그(Y2K)라는 특수 요인 때문일 뿐, 이후 주기가 길어져 지난해에는 4년, 올해는 4.2년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전망에 따른다면 PC 교체는 빨라야 올 연말, 늦어지면 내년까지 늦춰질 수 있는데 IT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입장에서는 우울한 소식일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현재까지 상황은 지난해의 재판(再版)이다. 지난해에도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되고, IT는 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았지만 기대가 깨지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앞으로 경기둔화가 주식시장을 억누를 가능성이 높다면 어떤 종목을 골라 투자해야 하는가.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이 재정투융자 관련주이다. 경기 둔화기에는 물건이 금방 잘 팔리지 않아 재고가 늘어나기 때문에 기업들은 생산을 늘리기 보다 쌓여있는 재고를 줄이는데 골몰한다. 따라서 정부가 민간기업을 대신하여 재정규모를 확대시키거나 제도를 바꾸고 민간의 경제 활동이 활성화되도록 대형 프로젝트를 시행해야 한다. 당연히 재정투융자와 관련이 있는 업종이 주식시장에서 인기를 얻는데, 토목 같은 건설주와 대형 부동산 관련 주식이 이에 속한다.
다음으로 전력, 가스, 항공, 방송 같은 공공서비스 관련 주식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 업종은 불황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다. 공공서비스 업종이 정부 인가 사업이어서 시장이 확보되어 있고 국내요금도 정부에 의해 조정되기 때문에 호황기라고 매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지만 불황기에도 이익이 별로 줄지 않는다. 실제로 방송을 제외하면 대부분 호황기와 불황기의 배당률 차는 몇 % 정도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특히 이들은 자본금 규모 면에서 대형주이고 주가수준도 저가이기 때문에 불황기에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 실제로 올들어 한국전력의 수익률이 시장 평균을 크게 초과하고 있는 것과 가스공사 주가가 지난해 4월 이후 오름세를 지속하는 것이 이 같은 투자패턴의 일환이다.
불황에 대한 저항력면에서 음식료 업종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음식료 업종이 경기상황이 좋을 때 소비가 늘고, 경기가 나쁠 때 소비가 줄어드는 특징을 갖고 있지만, 그 진폭이 다른 업종에 비해 월등히 낮아 방어적인 모습 또한 보이고 있다.
마지막은 통신주다. 통신은 필수 수요 부분이고, 정부 인가 산업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어 어느 업종보다 안정적인 이익구조를 지니고 있다. 다만 통신주는 세계 IT경기 둔화에 따른 영향에 노출되어 있어 경기 방어적인 주식으로 분류하는데는 이론이 있다.
<이종우 미래에셋운용 전략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