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라 망신시킨 노동계
한국노총이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노동기구(ILO) 아시아태평양 총회에서 중도철수, 행사 파행은 물론이고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방안(로드맵) 합의처리도 무산될 상황을 맞았다. 발단은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제공했다.
이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노사관계 로드맵 협상과 관련,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에 대해 노동계가 수정안을 제시해 논의 중이며 노사정간 합의가 안돼도 입법예고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한국노총이 ‘비공개 약속’을 어기고 노동계를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짐을 싸버린 것이다. 한국노총은 로드맵 협상에도 불참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과 노동부는 이번 행사의 호스트다. 그런데 손님들을 초청해놓고 서로 티격태격하다 밥상을 걷어차버리는 추태를 보인 것이다. 나라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개최 예정이었던 총회가 노동계의 반대로 연기됐던 국제회의에서 추태를 보인 것이다.
이 장관의 발언은 분명 신중하지 못했다.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는 로드맵의 최대 쟁점 사항이다. 현재 물밑협상이 진행 중이고 공식논의 자리도 예정돼있지만 노사간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 접점을 찾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그런 만큼 수정제안을 하거나 상대방 의견을 수용하는데 예민할 수밖에 없다. 협상내용을 공개하지 말자는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판에 로드맵과 관련이 없는 자리에서 굳이 상대방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을 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이 장관은 스스로 판을 어렵게 만들어 버린 셈이다.
그러나 한국노총이 앞뒤 가릴 것 없이 총회장을 떠난 것은 더욱 사려깊지 못한 행동이다.이번 총회가 39개국 400여명의 국가원수ㆍ노동장관ㆍ노사단체 대표 등이 참석한 국제 행사였던 만큼 아무리 속상해도 일단 탈없이 치렀어야 한다. 항의는 그 후에 해도 늦지않다.
손님을 초청해놓고 집안식구끼리 싸움질 하는 모습은 우선 예의가 아니다. 한국노총은 마지막 날 일정에라도 참여, 행사를 마무리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로드맵 협상 불참도 재고해야 한다. 노동부도 잘못이 있다면 사과하는 게 옳다. 노동부와 노동계는 함께 반성해야 한다.
입력시간 : 2006/08/31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