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3월 4일] 미디어 법안에 대한 폭 넓은 의견수렴 필요

여야 간 극한대치를 초래했던 미디어 관련법안에 대해 앞으로 100일 동안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의견을 조율한 뒤 표결 처리하기로 합의했으나 논란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우선 사회적 논의기구의 성격만 놓고 봐도 한나라당은 단순한 자문기구에 그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민주당은 사실상 해법을 도출하는 기구여야 하며 여기서 만든 대안을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처리기한에 대해서만 합의가 이뤄졌을 뿐 구체적인 법안 내용에 대해서는 이제부터 밀고 당기는 힘겨루기가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한나라당은 여야 협상과정에서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지분보유 허용비율에 대한 양보안을 내놓았던 만큼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20%로 규정한 원안에서 출발할지를 놓고도 논란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만약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진출이 어려워지면 한나라당으로서는 입법 명분을 잃게 된다. 미디어법을 개정하자던 근본취지가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맞춰 산업규모를 키우고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제외되면 현실적으로 필요한 수조원의 투자는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소기업들만으로는 컨소시엄을 구성해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다음으로 방송산업 구조개편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 특히 일자리 창출 효과도 아직까지 국민들이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신문과 방송의 겸영이 허용되면 시너지 효과로 도리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론 독점법’이라는 야당의 주장을 정치적 공세라고만 몰아세울 수 없는 처지다. 미디어 법안이 원만히 추진되기 위해서는 먼저 한나라당 측에서 미디어 법안의 필요성과 기대효과 등에 대해 좀 더 폭 넓은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세계적인 추세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디어 발전과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도 중요하지만 미디어 산업이 지니는 정치사회적 기능변화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소홀히하다 보면 정치적 갈등의 요인이 된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충분한 토론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이 충분히 납득하고 공감하는 미디어 법안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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