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황을 넘는다] LG화학

4개부문 황금분할 IMF때도 영업이익'어둠이 짙을수록 빛은 더욱 환하고, 전쟁의 폐허 속에도 꽃은 활짝 핀다.' 세계경제가 장기침체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기업들이 수출감소와 내수부진, 중국의 협공이라는 삼각파도에 휩싸여 최악의 생존위기를 맞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지금의 위기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며 잔뜩 움츠리고 있다. 위기가 닥쳐야 진면목을 알 수 있듯 전세계에 몰아치는 불황의 한파 속에서도 한치의 흔들림 없이 산처럼, 바위처럼 산업의 곳곳에서 꾸준히 수익을 올리며 독자 영역을 확대ㆍ발전시키는 기업들이 눈길을 잡는다. 이들 기업의 노력과 결실을 살펴 우리에게 닥친 불황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노하우를 찾아본다. LG화학은 매출 5조원대의 국내 최대 유화업체다. 지난 3ㆍ4분기까지 누적매출은 3조5,691억원, 영업이익은 2,881억원을 올렸다. 같은 기간 대부분의 유화업체들이 사상 최악의 유화경기 침체와 세계적인 공급과잉 현상으로 적자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LG화학의 경영성과에는 분명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있다. 사실 LG화학은 지난 47년 회사 창립 이후 단 한번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다. 국가 외환위기 당시에도 유화업체로는 드물게 영업이익이 매출 대비 10%를 넘어섰을 정도. 4월 기업분할을 통해 석유화학 전문회사로서의 입지를 더욱 튼튼히 하고 있다. ◆ 황금분할의 사업구조 LG화학은 석유화학원료ㆍ화학수지ㆍ건축내외장재 등 산업재, 첨단 정보전자소재 등 4개 사업부문으로 나뉘어져 있다. 올해는 석유화학원료, 화학수지 부문이 부진했지만 산업재가 활약하면서 이를 보완시켰다. 예전에 건축내외장재, 산업재가 지지부진할 때는 석유화학원료, 화학수지 부문이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했었다. 4개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맞물려 마치 어떤 폭풍에도 끄덕없이 버틸 수 있는 방벽같이 잘 짜여진 모습이다. 최근에는 정보전자소재 부문을 미래형 성장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디지털 디스플레이용 편광판, 리튬폴리머 전지 등 첨단 소재를 미래형 고수익 부문으로 키워서 LG화학의 미래를 담당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향후 2년간 3,4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05년에는 정보전자소재 부문의 매출을 1조원대로 키울 방침이다. ◆ 중국진출 강화 석유화학 전문업체로 변신한 LG화학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노기호(사진)사장. 그는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중국통 CEO다. 노 사장은 중국지역본부장을 거쳤던 경력을 십분 살려 최대 시장으로 주목받는 중국에 대한 투자를 크게 강화하고 있다. 향후 수년내에 PVC, ABS 등 주력제품의 절반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톈진시 LG다구법인은 현재 연 24만톤인 PVC 생산능력을 2005년까지 64만톤으로 늘리고, 저장성 닝보시의 LG용싱법인 역시 15만톤인 ABS 생산능력을 30만톤으로 확대해 각 부문 중국 1위 업체로 도약할 계획이다. 이 밖에 톈진의 PVC타일 공장을 산업재 복합가공단지로 육성하고, 정보전자소재의 중국 진출도 모색할 방침이다. 오는 2005년께면 중국법인의 매출만 20억달러로 전사 매출의 26%에 달할 전망이다. ◆ 최악의 조건도 극복한다 LG화학은 내년 사업계획을 매우 보수적으로 짜고 있다. 유가는 배럴당 27달러(두바이산 기준), 세계 경제성장률은 1.5%, 원달러 환율은 1,270원 등으로 잡아 내년이 올해보다 훨씬 어려운 환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투자규모는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내년 총 투자액은 올해보다 200억원이 증가한 3,900억원, 특히 연구개발비용도 50억원 늘인 1,200억원으로 계획했다. 미래 승부사업과 전략사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절대 명제를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LG화학은 오는 2005년 유화부문 세계 10위권 기업이란 야침찬 목표를 향해 흔들림없이 자신의 보폭을 유지하고 있다. 최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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