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발표된 산업대출 현황과 산업별 취업자수 통계는 우리 산업현장의 현주소를 가늠케 해준다.
우선 한국은행의 올 상반기 산업대출 현황을 살펴보면 시중ㆍ국책은행 등 예금은행의 제조업 대출잔액이 전년대비 7.3% 증가에 그쳐 지난해 16.4%의 절반 수준도 안됐다. 숙박ㆍ음식업 대출이 16.9% 증가했고 건설업 대출도 20.5%나 늘어난 것과 비교해보면 현저하게 낮은 수치다. 특히 제조업의 시설자금 대출증가율은 지난해 상반기의 42.1%에서 올해는 5.4%로 급락해 신규 설비투자가 부진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통계청이 내놓은 `20개 표준산업별 취업자수 통계`를 보면 우리의 고용구조도 제조업 공동화 현상에 맞물려 현저하게 일그러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00년 이후 올 7월까지 창출된 130만개의 일자리 가운데 학원강사 등 교육서비스직 33만명, 건설직 26만명, 숙박ㆍ음식업 취업자 10만명 등 국민총생산 기여도가 낮은 저부가가치형 일자리가 대종을 이루는 대신 제조업 분야에서는 도리어 7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은 IMF 이후 경영개선보다는 인력정리에 치중해온 기업의 구조조정 탓도 없지 않으나 정부가 안정적인 성장동력을 마련하는데 애쓰지 않고 내수 위주의 손쉬운 경기부양에 주력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냉온탕식 부동산 정책은 일자리 변화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주어 급속하게 냉각되는 건설경기의 여파로 건설업계는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당장 대규모 인력감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산업대출과 고용시장의 왜곡현상이 계속될 경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밑바탕부터 흔들린다는 사실이다. 최근 정부는 향후 5년 동안의 잠재성장률을 5.4%로 잡아놓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5.4%의 성장을 이뤄내려면 생산성이 매년 2% 상승해야 한다. 1990년대 우리 경제의 연평균 생산성 증가율이 1.2%에 지나지 않았을 뿐더러 선진국의 경우도 2% 증가는 쉽지 않았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생산성을 높여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것이다.
서비스업에 대한 대출과 인력 고용도 늘어나야 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제조업 대출과 고용이 늘어나야 한다. 제조업 대출이 부진한 것은 기업의 보유 유동성이 풍부한 반면,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투자진작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제조업 분야에서 고부가가치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만이 불확실성과 경기부진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고 청년실업 및 고령화 사회에도 대처하는 길이다. 제조업이 강한 나라가 산업강국이다.
<전용호기자, 조영주기자 chamgi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