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 칼럼] 오바마 마침내 외교 대통령으로?


중간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남은 임기 2년 동안 큰일들을 할 시간과 여지가 남아 있다. 하지만 그 일들은 워싱턴 정가를 벗어난 바깥 세계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순방은 좋은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사실 오바마 대통령이 아직까지 외교정책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와 관심을 쏟지 않았다는 것이 이상하다. 중요한 국내 문제에서 공화당과 협력할 가능성이 적어진 지금 상황은 분명해졌다. 행정부는 임기 후반 몇 년 동안은 자유롭게 단독 행동을 벌일 수 있는 국제 문제에 헌신하곤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가장 큰 외교정책 구상은 아직 미완성으로 남아 있는 '아시아 재균형(pivot to Asia)'이다. 향후 10년간 세계 평화와 번영의 가장 큰 위협은 시리아의 암살자들이 아니라 중국의 부상과 그것이 아시아 및 세계의 지정학을 재편하는 방식에서 나올 것이다. 미국이 아시아의 균형과 안정을 제공할 수 있다면 이는 아시아가 신냉전의 화약고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재균형 계획은 아직까지 수사적 차원에 머물러 있다. 싱가포르·필리핀·호주에 더 큰 규모의 미군 주둔을 약속했지만 이것이 실현됐다는 증거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외교적으로 활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친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아시아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물량이나 성과 면에서도 미국에 앞선다는 불만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TPP 타결 힘써 亞 재균형 추진

아시아 재균형 기조에서 가장 야심적 요소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일 것이다.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책임지는 태평양 경제권 12개국 간 무역장벽을 비롯한 각종 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이는 전세계 경제성장을 끌어올릴 것이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자본주의가 날로 힘을 얻고 국가주의적 보호장벽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자유시장 원칙을 강화하고 '열린 경제' 체제를 고무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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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의 중간선거 승리로 TPP 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무역은 공화당이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에 동의하는 몇 안 되는 사안 중 하나다.

문제는 민주당이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존 F 케네디의 전통을 버리고 패배주의적이고 보호주의적 노선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오바마 대통령은 도전을 주저하면서 당내 투쟁 대신 TPP를 지지한다는 신호만 보내왔다.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또 하나의 중요한 외교 구상이 있다. 바로 이란과의 핵 협상이다. 이 역시 전략은 좋지만 대통령이 집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란이 미국 등 서방과 평화를 구축할 준비가 돼 있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하지만 그것이 확실해진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워싱턴 정가와 전세계가 보란 듯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이 협정을 미국의 오랜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나 걸프만 국가들과 조화시킬 방법을 찾는 것은 더욱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다. 중동의 진정한 '게임체인저'는 미국의 중재 아래 이뤄지는 사우디와 이란의 화해일 것이다.

서방 평화 위해 이란 핵 협상 체결을

세계는 엉망으로 보이고 행정부는 방어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이 외교정책을 구사할 당시를 돌이켜보자.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하고 있었고 국내의 반대여론과 갈등은 쌓이고 있었다. 닉슨 대통령과 키신저 장관은 군대를 철수하고 부담스러운 평화협정을 받아들여야 했지만 로버트 졸릭 전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지적했듯 그들은 이 후퇴를 대담하고 긍정적인 움직임-소련과의 군비통제, 중국과의 교류, 중동과의 셔틀외교 등-과 결합시켰다. 1973년 무렵에는 미국 외교정책의 에너지와 독창성에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역사가 존 가디스는 이를 현대사에서 미국 외교정책의 부침 가운데 가장 성공적 방향전환 중 하나로 묘사했다.

만일 이러한 유산을 남기기를 원한다면 이제 오바마 대통령이 '외교 대통령'이 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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