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있어 우린 행복하네" 밤샘 응원 열기속 연인에게 프러포즈 '결혼 약속' 패러디물 보는 재미에 '인터넷 삼매경' 빠지기도스위스전 서울 거리서만 37만여명 "대~한민국"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co.kr 2006년 6월 대한민국은 월드컵이 있어 행복했다. 태극전사들의 투혼(鬪魂)에 잠을 잊었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목이 쉬었다. 23일 16강을 향한 스위스와의 마지막 일전은 대한민국을 다시 행복한 붉은 물결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잠을 잊은 응원열기=이날 서울 지역에서는 시청 앞 광장, 상암월드컵경기장 등지에서 37만여명의 거리응원 인파가 또다시 붉은 축제를 즐겼다. 16강 진출이 결정되는 경기를 앞두고 ‘놀토(토요일 휴무)’까지 맞아 이날의 응원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극장과 술집ㆍ콘도 등은 친구들끼리 밤새 월드컵 축구를 보려는 시민들로 대부분 예약이 만료됐고 찜질방과 숙박업소 등도 가족들과 연인들이 몰려 대목을 맞았다. 거리응원 때 장맛비가 내릴 가능성도 우려됐으나 12번째 선수들은 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11시부터 시청 앞 광장에서 응원을 준비하던 윤모(21)씨는 “비가 오면 맞으면 된다. 우리 대표팀이 스위스에 이겨준다면 폭풍우가 온다 해도 행복하지 않겠느냐”며 웃음을 지었다. ◇월드컵은 사랑을 싣고=서울 마포에 사는 정재훈(33ㆍ가명)씨에게 이번 월드컵 기간은 남들보다 몇 배 더 행복하다. 지난 19일 여자친구와 함께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프랑스전을 응원한 그는 경기가 끝난 후 “다음 월드컵 때는 우리 아기랑 셋이서 응원하자”며 애인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물론 그 자리에서 수줍은 승낙을 받아냈고 올 가을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여자친구인 이은진(29ㆍ가명)씨는 “제가 특별해지는 느낌이었어요. 같이 경기를 보면서 내내 마음 졸였는데 오빠의 프러포즈를 받는 순간 긴장이 풀렸었나 봐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24일 한국-스위스전도 함께 응원하며 사랑의 힘을 응원열기에 보태기로 했다. ◇태극전사가 있어 네티즌도 행복했다=“스위스를 이기는 비결은 스위스가 두 골 넣을 때 침착하게 세 골을 넣으면 됩니다.” 스위스전을 앞두고 붉은악마 네티즌들은 인터넷 속에서 태극전사들을 향한 사랑공세를 퍼부었다. 이날 네이버ㆍ다음 등 포털사이트에서는 익살맞은 월드컵 유머와 태극전사 패러디물들이 봇물을 이뤘다. 특히 고병규씨의 패러디 만화 ‘조삼모사’ 시리즈와 태극전사들의 사진을 활용한 ‘지성이의 일기’ 등에는 각양각색의 댓글이 달리며 스위스전을 앞둔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서울에 사는 김인철(27)씨는 “태극전사 패러디물과 네티즌들의 재치 있는 댓글이 너무 재미있어 월드컵이 끝나면 무슨 재미로 인터넷을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2002년 월드컵의 4강 신화를 재연하기 위해 태극전사들이 하노버로 출격한 이날 우리 모두는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며 하나가 됐다. 입력시간 : 2006/06/23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