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2004 리딩컴퍼니&CEO] 미래 비전·R&D가 `최고` 만든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회사는 어디이고 얼마나 오래 되었을까.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가파른 경제성장을 일구어낸 영국이나 미국 기업들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주인공은 일본 기업들이다. 일본의 건설회사 공고구미(金剛組)는 586년 설립되었으니 역사가 무려 1,418년이나 된다. 지금도 지진이 많은 일본에서 진도 8의 강진에도 끄덕없는 절을 짓고 있는 세계 최고(最古)의 회사이다.일본에는 역사가 수백년이나 되는 과자점, 이불가게, 제약회사들이 수두룩하다. `잃어버린 10년`이란 장기불황을 접고 일본 경제가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는 것도 수백년 역사를 지키며 회사를 이어가고 있는 기업들의 저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부침이 심한 기업경영의 냉엄한 현실에서 수백년의 역사를 이어가는 기업은 리딩 컴퍼니(Leading Company)이고 이를 이끄는 경영자들은 좋은 CEO들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 중소ㆍ벤처기업의 현실을 돌아보면 기대와 희망보다는 실망감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일부 대기업들은 회계조작과 경영부실로 회장이나 CEO들이 외국에서 도피생활을 하거나 실형선고를 받고 있어 한국경제에 오히려 짐이 되고 있다. 일부 벤처기업들은 1년에 2~3차례 대표를 바꾸면서 기업인수합병이니 자금유치니 하면서 외부에서 돈을 끌여들였다는 명목으로 주가를 조작하기도 한다. 바람직한 기업이라고 할 수 없고 정도(正道)를 걷는 CEO라고 말할 수 없다. 과연 위대한 CEO는 어떤 사람들이고 경쟁력을 확보하며 시장을 리딩(Leading)하는 기업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성공적인 CEO의 조건은=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지도자다. 그 중에서도 가장 상위에 있는 CEO의 능력과 비전은 더할 나위없이 중요하다. 경제 전문가들이 말하는 성공적인 CEO의 조건은 무엇일까. 먼저 비전을 창출해야 한다. 성공적인 비전은 미래의 성과를 향해 직원들의 힘을 모으고 함께 달리게 만드는 힘이 있고 이는 다양한 배경과 수준의 사람들이 서로 협조하게 만드는 기반이 된다. CEO의 머리속에서 나온 비전을 현실적이고 믿을 만한 미래로 탈바꿈시키는 것은 직원들에게 자신감과 만족을 주기 때문에 더없이 중요하다. 비전없는 경영은 나침반 하나없이 폭풍우 속을 항해하는 배와 같다. 언제 좌초될지 모른다. 둘째는 의사소통이 원활해야 한다. CEO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해답을 제시하고 일의 경중을 따질 수 있어야 한다. 성공적인 CEO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열정이나 사명감을 끌어내어 이를 필요한 분야에 연결시키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국내 벤처기업중 셋톱박스를 생산하는 휴맥스 변대규 사장은 매월 실적을 직원들에게 오픈하고 피드백을 받아 투명경영을 실천하고 있으며 반도체장비를 생산하는 심텍 전세호 사장은 자신이 직접 직원들에게 수시로 이메일로 경영현황과 동기부여 문구를 전송하는 등 직원들과 이메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또 CEO는 직원들의 자질을 양성시켜 주어야 한다. 직원들은 성과를 내는 팀에 들어 있기를 원할 뿐 아니라 자신의 능력과 기술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본인에게도 이득이 될 수 있는 분야에서 훈련받기를 고대하는 것은 물론이다. 공부하고 노력한다면 반드시 감미로운 결과가 부수적으로 뒤따라 온다는 것을 CEO는 직원들에게 확신시켜 주어야 한다. 직원들은 상벌보다는 인정과 확인을 통해 힘을 얻고 자극을 받는 법이다. 에이스침대는 매년 독일이나 이탈리아에서 개최되는 가구전시회에 30명 가량의 디자인과 연구인력을 대거 참여시키고 있고, 로커스는 직원들에게 무료로 영어와 중국어 공부를 시키고 있는데 이는 모두 `인재가 곧 경쟁력`이라는 간단한 경영철학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CEO는 위기에 강해야 한다. 기업을 꾸려가다보면 회사 내부사정뿐 아니라 국가경제 침체 등 외부변수로 기업이 위태로울 때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 중소 제조업체의 경우 한번쯤은 부도나 도산의 고비를 맞이했다고 답하는 CEO들이 많다. 위기일수록 미래에 대한 비전과 실천계획을 세우고 현실에서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결단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일본 닛산자동차의 카를로스 곤 CEO가 대표적이다. 그의 경영기법은 현재 일본에서 하나의 교본이 되고 있다. 그는 금융권 차입으로 狗聆랜?살아가고 있었던 닛산자동차 경영을 책임진 후 4년만인 지난해 사상 최고의 순익을 기록하며 부실기업을 위대한 기업으로 변모시켰다. 남들은 회의적이라고 고개를 내저었지만 비수익사업과 공장을 과감히 정리하고 기업체질을 개선시킨 것이다. 그는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내년부터 모그룹인 르노자동차의 CEO를 맡기로 내정된 상태다. ◇국내 대표적인 리딩 회사들=국내 중소ㆍ벤처업계의 경우 경영자정신이 실종되며 머니게임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사이비 CEO들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기업인수합병이니 코스닥 우회등록이니 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려 소액주주들을 울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기술과 연구개발, 직원복리 향상에 힘쓰기 보다는 정치권에 자금을 대며 권력에 의지해 이권을 따내려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리딩(Leading)하는 것이 아니라 침몰하는 기업과 CEO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에 반해 기술개발에 주력하며 수십년간 한우물을 파거나 세계 최고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거나 해외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기업들은 규모는 작지만 좋은 기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은성코퍼레이션은 세계 최대의 극세사 생산회사이다. 생활용품, 목욕용품, 반도체용품 등을 생산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해외시장에 거의 수출한다. 연구개발로 똘똘 뭉친 회사이다보니 암웨이, 3M 등 세계 굴지의 회사들이 제품을 공급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극세사 분야에서 만큼은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비전과 실천플랜이 있었기에 리딩 컴퍼니가 될 수 있었다. 볼펜끝에서 불빛이 나오는 반디펜을 생산하는 길라씨엔아이도 규모는 작지만 알찬 기업이다. 미천한 학력의 김동환 사장은 40대 후반의 나이에 회계학원과 철학모임에 다니면서 배움을 이어가고 있을 정도로 직원들에게 노력하는 모습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연구개발에 주력하며 매년 아이디어 제품을 쏟아내고 있고 특허만 해도 수십건에 달한다. 이들 기업은 모두 뛰어난 CEO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리딩 회사가 되고 좋은 CEO가 되기 위해서는 신용이 필수요건이다. CEO 자신이 세운 비전을 지키겠다는 신용, 직원들과의 신용, 거래처와의 신용, 고객과의 신용 등 신용을 지키는 CEO와 회사는 생존경쟁의 냉혹한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일본 오사카 상인들이 수백년 동안 기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신용을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돈을 남기는 것은 하(下)이고, 가계를 남기는 것은 중(中)이고, 사람을 남기는 것은 상(上)`이라고 오사카 상인들은 말한다. 그만큼 생존경쟁의 세계경제 현실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을 일구기 위해서는 사람이 중요하다. 훌륭한 CEO는 직원과 고객들에 대한 신용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서정명 기자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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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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