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 4,290개社 조사작년 설비투자 6조 감소 빚상환 늘어
국내 제조업체들이 투자는 갈수록 줄이면서 현금확보에만 주력해 산업공동화에 따른 경쟁력 감퇴가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국내 4,290개 제조업체의 지난해 현금흐름을 분석해 2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지난해 설비투자액은 21조원으로 전년의 27조원보다 6조원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를 유보함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사정은 크게 좋아져 차입금 상환액이 전년의 3조5,00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6조원으로 늘어났으며 현금보유액도 16조2,000억원에서 18조1,300억원으로 2조여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특히 지난해 이들 제조업체의 감가상각비는 24조7,600억원으로 설비투자 21조원을 크게 웃돌아 제조업체의 생산성 및 경쟁력 둔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들어서도 이 같은 현상은 계속 심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들은 영업실적 호전 등으로 보유현금이 지난해 말보다 평균 50% 이상 늘어나 이를 차입금 상환에 우선적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6월 말 현재 6조원 규모의 현금을 바탕으로 연말까지 차입금 1조원을 갚을 방침이다. LG전자도 지난해 말 5조7,000억원 규모였던 차입금을 3조원 수준으로 줄였고 이어 영업실적 향상에 따른 현금유입분으로 부채를 상환할 계획이다.
포스코도 현재 1조2,000억원에 이르는 현금규모가 영업실적 호전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차입금 조기상환을 통해 현금규모를 1조원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LG상사ㆍ대우종합기계ㆍ금호전기 등도 차입금을 조기 상환해 부채비율을 최대한 끌어내릴 방침이다.
정문재기자
김영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