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만 벌써 20번도 넘게 똑 같은 질문을 받았다. 한국 기자들이 인터뷰나 방문을 요청한다면 의례 비슷한 질문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도요타자동차에서 해외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신야 마쯔모도(松本愼也) 과장)
지난 21일 일본 본사를 방문한 한국기자단이 `어떻게 50년이 넘도록 단 한차례의 갈등도 일으키지 않고 임금단체협상을 치러낼 수 있었냐`는 질문에 대해 그가 농담하듯 던진 말이다. 준비된 답변을 펼치는 그의 표정엔 `공동의 이해를 위해 협조해야 할 문제가 왜 (한국에선) 대결양상으로 이어지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어진 그의 설명은 이렇다.
“도요타도 지난 50년대엔 굉장한 노사갈등을 일으켰었다. 당시엔 노조와 회사가 서로만 바라봤을뿐 주변을 돌아보지 않았다. 갈등의 후유증은 시장에서 나타났다. 분규가 발생하는 동안 소비자들은 회사로부터 제대로 배려받지 못했다. 당연히 소비자들은 도요타에 등을 돌렸다. 결과적으로 노조도 회사도 모두 패배했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
우리로선 너무 낯설고 부럽기까지 한 도요타의 50년 무분규 전통은 바로 이 같은 교훈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결과라는 이야기다.
한국 역시 지난 87~88년 심각한 노사갈등의 시대를 겪었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올해 또 다시 그에 버금가는 갈등이 여기저기서 불거지고 있다. 심정적으론 주5일 근무제, 노조의 경영참여 여부 등 우리사회 전반의 풍토를 뒤바꿀 첨예한 사안을 앞에 놓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과 다르다고 강변하고 싶다. 하지만 크게 보면 모양과 성격만 다를뿐 기본 바탕은 다르지 않다.
“(노사문제든 주5일 근무제든)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면 단기간에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차분하게 한단계 한단계 올라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의 산업경쟁력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도요타도 크고 작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금에 이르렀다. 당장 일본과 격차가 있다고 해서 한꺼번에 따라잡으려고 애쓰기 보다는 독자적인 기술과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따지고 보면 크건 작건 세상의 모든 일은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숱한 실수와 실패는 각각의 교훈을 안고있다. 4박5일의 짧은 방문을 통해 확인한 것은 도요타자동차의 경쟁력이 시행착오 속에 얻어낸 교훈을 값지게 간직했다는 점이다.
한국은 지금 교훈을 얻어내기 위한 과정을 걷고 있는가…
<김형기(산업부차장) k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