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극장 개념이 바뀐다.

술먹고 떠드는 진부한 파티는 싫다. 좀더 세련되고 추억될만한 것은 없을까. 약혼을 2개월여 앞둔 한 벤처업체의 김사장은 최고급 시설과 서비스를 자랑하는 30석 규모의 극장 한 관을 3시간이나 통째로 빌려 친구들과 약혼파티 깜짝 이벤트를 벌여 오랫동안 신부의 사랑을 받으며 최고대접을 받는다.해외에서 개발, 인기를 얻고 있는 이런 최고급 시설을 갖춘 특급극장이 국내에도 상륙한다. 98년 4월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극장 「CGV 강변11」오픈에 이어 지난해 12월 「CGV 인천14」를 오픈한 씨제이 빌리지(제일제당이 투자한 합작법인)가 오는 4월 부산 서면 「지오 플레이스」에 들어설 12개관 중 1개관을 이런 최고급 극장으로 준비하고 있다. 시설이 낙후한 옛 극장들이 하나 둘 퇴출되는 동안 서구식 서비스업의 개념으로 무장한 첨단극장이 극장에 대한 인식을 뒤집으며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극장에 최고급시설의 바람을 넣고 있는 곳은 호주 멜버른에 있는 골드클래스시네마. 극장에 항공기의 퍼스트클래스 개념을 도입한 사례다. 모든 극장이 이코노미클래스 관객만 상대하는 상황에서 골드클래스시네마의 시도는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골드클래스 이용 자체가 특별한 이벤트인 탓에 생일, 승진, 약혼 등 각종 파티가 이곳에서 열리기도 한다. 지금도 이 극장에 자리를 예약하려면 10개월 정도나 기다려야 할 정도다. 물론 가격은 다른 극장보다 비싸다. 일반극장 입장료의 2.5배이상인 20달러(2만4,000원)정도. 국내에 들어올 「지오 플레이스」의 골드클래스극장 입장료는 일반극장가(6,000원)의 2.5~3배선으로 잡고 있다. 국내 영화산업화에 불씨를 지피고 있는 복합상영관(한 건물안에 여러개의 상영관을 운영)등의 멀티플렉스 등장과 극장고급화는 극장관객수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영국의 경우 84년 극장관객수가 5,400만명으로 인구 1인당 연 1회정도 영화를 관람하였으나 85년 멀티플렉스 극장이 도입된 이후 10년이 지난 96년에는 1억3,200만명이 영화를 관람하여 인구 1인당 연 2.2회 영화를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관객수의 증가는 기존의 극장에서는 700만명정도 관객이 증가한 반면 멀티플렉스극장에서는 무려 7,100만명의 관람객 증가를 보여 멀티플렉스 극장 도입으로 인해 영국 국민의 영화관람 회수를 획기적으로 증가시켰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멀티플렉스 극장이 제공하는 다양한 영화의 상영, 넓은 주차공간과 쇼핑공간과의 복합화 등 원스톱 엔터테인먼트로 다양한 계층을 흡수할 수 있고, 지역밀착형의 극장으로 지역관객을 새로이 창출할 수 있어 관객의 연령층이 20대 중심에서 30~40대 등으로 확대됨으로써 관람수요를 증대시키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변화를 가져왔다. 98년 4월 국내 처음으로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선보인 CGV강변11은 60%의 가까운 좌석점유율을 보였을 당시 인접지역 주민과 타지역 관객 비율이 35대 65였다가 1년뒤 67대 33으로 역전됐다. 전국극장영합회에 따르면 감소 내지는 정체 추세를 면치 못하고 있던 전국 극장수는 지난해 12월말 현재 542개로 지난해말에 비해 35개가 늘었으며 복합상영관의 급속한 추세로 올해말에는 600개를 쉽게 넘어서게 된다고 밝혔다. 서울 을지로4가의 국도극장이 올 연말 개관을 목적으로 5개이상의 복합관화를 공사중이며, 단성사와 대한극장등 기존극장들이 복합관화를 추진하고 있는데다 롯데백화점과 같은 유통업체와 외식업체들이 일산과 부산등 주요도시에 복합관화를 설립하고 있다. 또한 오는 29일에는 패션몰 밀집지역인 동대문의 프레야타운 10층엔 국내 처음으로 24시간 운영되는 극장 「MMC(MY MEGAPLEX CINEMA)」(10개관, 1,800석) 가 들어선다. 극장 복합관화에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제일제당. 제일제당은 오는 3월 분당에 각 8개관과 10개관의 멀티플렉스 2곳을 연다. 분당 야탑역 테마폴리스 8개관은 1,500석 규모이고 오리역 월드유통 10개관은 2,000석 규모. 여기에 4월 골드클래스극장이 들어갈 부산 지오플레이스 12개관이 개관하면 CGV는 2005년까지 전국 100여관의 극장 체인에 들어간다는 계획. 단숨에 극장업계의 공룡이 될 전망이다. 후발주자로는 동양제과가 있는데, 서울 삼성동 아셈컨벤션센터 16개관을 3월 개관하고 대구에 10개관을 2002년에 오픈하면서 극장체인사업의 메이저사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따라 영화계에선 극장업계가 새천년을 먼저 실감할 것 같다. 멀티플렉스 방식의 극장은 극장수입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미국 배스커빌 커뮤니케이션스의 최근 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6년 150억달러를 기록한 전세계 극장수입은 10년뒤인 2005년에는 이보다 47%확대된 220억달러(18조400억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80년대 미국에 등장한 멀티플렉스 방식의 극장이 전세계로 확산, 증가일로에 있기 때문. 특히 유럽에서 상영관은 2005년에 총3만개를 웃돌것이라고 한다. 이에따라 현재 전세계 극장수입의 37.8%를 점유한 미국과 캐나다의 비중은 32.5%로 줄어드는 대신 일본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한국 등지의 극장가가 활기를 띨 것으로 예견했다. 특히 일본은 앞으로 10년 사이 극장수입이 무려 65%나 증가할 예상이다. 다만 북미시장도 이 기간중 입장객은 16.5%가 늘고 극장수입도 18.7%가 증가한 68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같이 멀티플렉스의 급증은 배급구조의 변화도 가져왔다. 과거에는 서울 중심가의 극장 한두 곳에서 영화를 개봉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할리우드 직배사의 방식을 따라 서울에서만 30~40개 극장에 동시다발적으로 영화를 풀어 개봉 첫주에 승부를 거는 식으로 바뀔 수 있게 하는데 원동력이 됐다. 그런 변화에 가장 기민하게 대처한 사람이 시네마서비스의 강우석 감독이다. 그는 일찍이 영화산업이 배급중심으로 재편될 것을 예상하고 대자본과 스타 중심의 「이벤트성」영화들을 계속 제작 배급함으로써 불과 3, 4년 사이에 주요 극장들을 묶는 배급라인을 완성했다. 시네마서비스에서 배급하는 작품이 서울극장을 중심으로 30~40개 극장에 들어가고, 50여 극장이 파트너십으로 연결돼 시네마 서비스 배급라인에 들어왔다. 3년전부터 극장에도 투자하고 있는 시네마서비스 대표 강우석감독은 『극장에 대한 지분투자는 당장 수익 늘리고 배급망 만들기 위해 필요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면서, 『정말 스크린쿼터가 없어져서 한국영화를 극장에 걸 수 없는 상황이 와도 내 극장에는 한국영화를 걸 수 있을테니까 준비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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