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터뷰] 박철원 한우리독서운동본부 이사장

"책읽는 고통 거쳐야 영혼의 달콤함 느끼죠"


“요즘 젊은이들은 억지로 독서를 합니다. 입시를 위해서만 책을 읽는 것 같아요.” 반평생을 독서운동에 바친 박철원(66ㆍ사진)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이사장의 머릿속에는 온통 ‘책’에 대한 생각뿐이다. 지난 80년 한국사회교육아카데미 설립, 89년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창립, 92년 독서지도사 양성과정 개설 등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책 읽기 운동에 매진했다. 독서의 비법에 대해 묻자 그는 뜬금없이 ‘국화빵 제조 비법’을 강조했다. “국화빵 앙꼬를 만들 때 팥 한 되를 푹 곤 후 설탕 한 관과 사카린을 섞고 마지막에 넣는 것이 소금입니다. 짠 소금이 들어가지 않으면 앙꼬의 깊은 단맛이 나오질 않아요.” 그는 ‘짠 소금’을 ‘책 읽는 고통’에 비유했다. 처음 책을 잡았을 때의 막막함, 그 짧은 고통 없이는 영혼의 양식인 책의 달콤한 맛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교육 현실을 아쉬워했다. “선진국에서는 중ㆍ고등학교 때부터 책을 읽고 에세이를 쓰는 것이 자연스럽죠. 입시 위주로 반짝 논술 공부를 하는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는 98년 ㈜한우리열린교육을 세웠다. 공부방 형식의 독서교육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사업에 발을 담근 것. ㈜한우리열린교육의 교육과정에는 박 이사장의 독서논술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핵심은 읽고 놀고 쓰는 것. 책을 읽고 토의하고 연극이나 공작활동을 하며 논다. 머리로, 또 몸으로 책을 이해했다 싶으면 그 때 쓰는 것이다. 그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며 “한 권을 읽더라도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어보고 자기 의견도 발표해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논술에서 매력적인 글을 쓰기 위해서는 “책에서 필요한 정보를 빨리 찾고 이를 창의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고3 수험생들을 위해 논술을 잘할 수 있는 왕도가 있는지 물었지만 박 이사장은 “비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고3이 돼서야 책을 읽고 좋은 논술을 쓸 생각을 하는 것은 욕심”이라며 “적어도 고2 때까지는 독서를 끝낸다는 생각으로 책과 친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책을 통한 사랑나눔에도 열심이다. ‘한우리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10년째 22개 보육원에서 700명의 아이들에게 독서교육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미국과 중국 교민들을 대상으로 한 독서운동도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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