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땅 투기 억제하나 조장하나

일주일이 멀다 하고 발표되는 부동산 대책을 들여다보면 정부가 과연 땅 투기를 막으려는 것인지 부추기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건설교통부는 전국 50만필지의 표준지 공시지가를 평균 19.56% 올렸다. 지난해 전국 토지가격의 상승률이 3.4%에 불과했으니 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2005년까지 공시지가를 적정 실거래가 수준으로 올려 공평과세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준 셈이다. 공시지가가 오르면 등록ㆍ취득세와 종합토지세 등이 따라 오르게 돼 투자위축 효과가 나타나는 한편 양도소득세 등의 급격한 상승으로 장기보유현상도 늘어날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택지지구의 경우 보상가도 덩달아 올라 아파트 조성원가가 상승하고 보상금이 주변 땅값을 올리는 역효과도 일어난다. 건교부는 다른 한편으로 토지적성평가 방식을 바꿔 준농림지(현 관리지역)의 기준을 완화, 개발가능지(현 계획관리지역)를 확대할 예정이다. 개발 인ㆍ허가권이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된 상태에서 택지공급을 늘리기 위한 규제완화책을 내놓은 셈인데 기존 개발지역에 인접한 땅이나 상대적으로 지가가 높은 준농림지 등의 개발 가능성이 월등히 높아질 전망이다. 과거 90년대 준농림지 제도 도입 당시처럼 땅투기와 난개발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물론 정부는 최근 토지투기지역을 추가로 지정했고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의 매매 면적의 상한을 절반으로 줄이는 등 투기억제책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내놓은 각종 아파트 투기 억제용 조세정책에 비할 때 최근의 잇따른 개발계획은 토지시장을 띄우려 한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농지규제 완화를 비롯해 군사보호구역 해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와 신도시 개발 등의 발표는 모두 땅값 상승을 부추긴 꼴이 됐다. 정부조차 표준지 공시지가의 상승원인이 행정수도 이전과 신도시 개발 및 그린벨트 해제 등에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의도한 대로 양도세 등의 강화가 땅투기를 막고, 준농림지 기준완화가 공장용지나 택지의 조성비용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투기지역 지정은 항상 땅값이 오른 뒤 사후적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투기를 잡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는 투기규제인지 투기조장인지 모르는 정책으로 시장을 헷갈리게 할 것이 아니라 보다 일관되고 명쾌한 신호를 보내야 할 것이다. 부동산 실거래제도 확립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라면 현행 제도아래서도 그 목표는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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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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