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대통령 탄핵결정에 따른 후폭풍으로 어수선하다. 그러나 이럴 때 일수록 우리 모두는 각자 제자리를 지켜야 한다. 두동강난 나라가 또다시 정치와 이념 때문에 절반으로 갈라져서는 안된다. 반목과 대립, 갈등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우리경제는 또다시 질곡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정부ㆍ기업ㆍ국민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다행히 고건 대통령직무권한대행을 비롯해 이헌재 경제부총리 등이 즉각 비상체제에 들어가고 여야 모두 민심수습에 나서고 있어 그리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희망섞인 분석도 많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이 고비를 슬기롭게 넘기지 못할 경우 계층간ㆍ지역간ㆍ당파간 갈등은 4월15일 총선거는 물론 1년 내내 정치 때문에 경제가 발목이 잡힐 수 있을 것으로 우력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하거나 총선 결과에 따라 대통령 선거까지 치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우리나라는 일년 내내 총선과 대통령 선거전에 휘말릴 수 있다.
물론 다행스런 점도 많고 대안도 많다. 우선 `시스템의 작동`이다. 대통령 한 사람에 따라 국정 전체가 흔들리던 예전과 달리 권력이 분산되고 사회 각 분야가 성숙해져 비상 국정운영시스템이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시스템의 핵심은 `공무원 사회`다. 관료들이 정치적 눈치를 보지 않고 정책 일관성을 유지할 경우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선심성 행정이라는 지적을 염두에 두고 않고 소신껏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힌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정부 부처는 무엇보다도 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하고 기업인의 투자의욕을 북돋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의 투자는 경기회복과 정치적 격변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에너지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 어려운 상황에 투자를 늘릴 경우 정경유착과 불법 정치자금 제공, 차떼기로 얼룩진 이미지가 개선되고 기업과 국민이 보다 가까워지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한국인은 위기를 기회로 삼는 놀라운 저력을 갖고 있는 민족이다. 선거로 국론 통일을 기대할 수 없는 여건에서도 관료조직이 중심을 잡고 기업 투자가 왕성하게 일어난다면 한국 경제의 시스템은 더욱 공고해 질 수 있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