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한 양계업자가 2,000만달러라는 거액의 외자를 유치했다.
이 외자유치는 두가지 점에서 주목된다. 하나는 유치기업이 대기업이 아닌 중소업체, 그중에서도 공산품 제조회사가 아닌 육가공회사라는 점이고, 다른하나는 국내제조업 분야에대한 첫 해외투자라는 점이다.
지난주 국제금융공사(IFC)로부터 2,000만달러를 들여오는데 성공한 닭고기 전문생산업체인 (주)하림의 김홍국(金弘國·41)사장은 『외국의 전주들은 기업의 외형보다는 내실을 더 중요시한다』며서 『그 점에서 외자유치는 대기업보다는 유망한 중소기업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하림의 외자유치를 평가했다.
IMF등의 공공차관이나 증시에 들어온 외자를 제외하면 국내 대기업들이 유치했다고 선전하는 외자는 헐값에 팔아치운 해외재산 매각대금이거나 외채를 갚기위한 차환용 외자도입이 대부분이다. 신용도가 낮아서 돈을 꿔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림의 경우는 그 점에서 외자유치 정책의 방향도 제시하고 있다.
하림은 도입자금중에서 50%는 단기채무를 갚고 나머지 50%는 육가공사업에 쓸 계획이다. IFC자금은 신용대출이므로 하림이 도산할 경우 모두 떼이게 되지만 IFC의 철저한 신용조사 절차나 하림의 경영내용을 아는 사람들은 『어림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하림은 부화에서부터 사육, 사료생산, 육가공에 이르기까지 통합경영을 국내처음으로 도입했다. 전북 익산에 있는 육가공공장은 동양최대규모로 닭의 털 뽑기과정에서 완전가공까지 모든 공정이 자동화로 이뤄지고 있다. 또 도계과정에서 발생되는 닭털·내장 등 부산물을 재활용해서 사료로 사용, 환경보전에 한몫하고 있다.
이공장에서 처리되는 닭은 하루 36만마리로 연간 1억마리에 달한다. 하림은 이를 이용 100여가지 제품을 생산, 전국유명백화점과 할인매장에 납품하고 있다.
金사장은 『대기업들도 하림이 있는한 감히 육계사업에 뛰어들 엄두를 못낸다』고 말했다.
그러나 金사장도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400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육가공공장을 준공했으나 IMF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거액의 환차손을 입었고 은행 돈줄까지 막혀 올초 부도위기에 몰렸다.
농림부의 긴급자금수혈로 위기를 모면한 金사장에게 행운의 여신이 찾아온 것은 지난 3월.
식품산업을 미래유망산업으로 꼽고 있는 IFC측에서 먼저 『하림이 어려운데 우리가 지원을 하겠다』고 의향을 물었다. 한국시장을 조사한 결과 식품분야에서 가장 미래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하림을 선택한 것이다. IFC는 무려 6개월동안 회사를 실사했으며 조사팀은 현지공장을 3차례나 방문했다. 시설·사육분야 전문가의 실사과정에서는 회사담당직원이 파악하지 못한 부분까지 지적할 정도로 꼼꼼한 심사를 받았다.
金사장은 『IFC가 높은 점수를 준 부문은 환경문제, 재무구조, 성장성이었다』며 『아시아지역 축산관련기업중에서 가장 우수한 수직계열화 경영구조를 가진 점이 높이 평가됐다』고 말했다.
협상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 金사장은 『러시아의 외환위기와 북한의 대포동미사일 발사로 우리의 외평채값이 올라갔을때는 사실상 무산될 뻔 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림은 연간매출이 지난해 2,328억원, 올해는 2,820억원을 예상하고 있으며 시장점유율이 25%로 국내최고다. 종업원수만도 1,292명이고 계열화농가가 600여가구에 이른다. 일본·홍콩·대만·호주·네덜란드 등지에 삼계탕, 신선·냉동육, 소시지 등을 연간 30만달러씩 수출하고 있다.
외자유치를 희망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金사장은 『경영상태가 투명해야 하고 환경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한다』고 충고했다.【연성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