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일의 과정에서, 길의 도중에서 잃어버린 초심을 회복하는 것이다.' 종교인들의 에세이는 팍팍한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한줄기 물처럼 맑은 정신이 샘솟게 한다. 불교계 베스트셀러 작가인 법정 스님이 '홀로 사는 즐거움' 이후 4년 6개월 만에 산문집을 출간했다. 그 동안 길상사 소식지 '맑고 향기롭게'에 수록한 글 70여편을 엮은 것. 무소유 정신을 강조해 온 그의 글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역시 '비움'이다. 그 동안 채우기에 만 급급한 현대인들에게 스님은 버리고 비움으로써 충만해지는 즐거움을 느끼라고 한다. 햇차가 나올 무렵 우는 꾀꼬리 소리에서는 봄의 정경이 따사롭고, 산국이 피는 어느 암자의 작은 연못에는 반가사유상의 잔잔한 미소가 번진다. 스님은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지내며 새롭게 떠오르는 감성을 일상으로 끌어내 순간순간 삶의 고마움을 이야기 한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의 눈으로 자신을 비춰보는 노년의 아름다움을, 오랫동안 산에서 지내 바다를 보는 것 만으로도 즐거운 것처럼 사람과 풍경을 바라보는 기쁨을 전한다. 의례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홀로 서 자신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의 상처를 감싸주는 인간 본성의 따뜻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