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천년 고도(古都)인 교토(Kyoto), 세계 세라믹 시장의 70%를 차지하면 막강파워를 자랑하는 교세라 본사가 자리 잡은 도시다. 기자가 이 곳을 지난주 찾았을 때는 쾌청한 하늘과 따스한 햇살이 밝게 내리비추고 있었다. 관서지방의 오사카공항에 도착한 후 신칸센과 택시로 갈아타고 2시간 정도를 달려 서울을 출발한 지 3시간 30분 만에 교토시 후시미구 교세라 본사 경영센터를 방문했다. 교세라 임원들은 직접 나와 기자를 맞는 성의를 보여주었다. 해외 소재기업을 생생하게 체험해 우리의 소재산업 현실을 비교해 보고 향후 발전 방향을 찾아보고자 취재에 나섰다. 국내 주요 산업의 현실은 사실상 원천 소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불완전한 일류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일본은 시장 지배력이 높은 원천 소재 개발에 대해 일찍부터 정부차원의 지원정책을 마련해 소재강국으로 자리잡고 있는 게 현실. 교세라는 자본금 300만엔으로 시작한 벤처기업이지만 지금은 일본을 대표하는 소재기업. 지난해 3월 기준 매출 1조1,806억엔, 순이익 459억엔을 달성하며 전 세계 169여 개의 자회사와 6만 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초우량 기업이다. 니시구치 교세라 사장은 “최근 IT산업 등의 첨단소재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이는 일본 정부가 ‘Made in Japen’ 신화의 부활을 위해 추진하는 소재산업 경쟁력 강화정책에 동참하는 세라믹 분야 민간대표 성격을 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시장 지배력이 높은 원천 소재를 보유한 기업들을 적극 육성해 산업경쟁력 강화,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지난 90년 이후 소재기업은 제조업의 33% 이상을 차지할 만큼 국가기간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나가타 교세라 개발기획부장은 “일본 정부가 정책적 지원의 중점을 수출 등 외형적 성과 보다 기술혁신 등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 결정요인에 정책의 우선을 두고 조립가공과 부품소재의 균형적 발전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소재산업 육성정책 등이 교세라 등 세계적 소재기업의 탄생과 발전을 가져오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특히 2000년 들어 7대 성장 전략 산업을 제시하고 로드랩 중심으로 소재, 부품에서 완제품까지 포괄적으로 육성하는 산업 인프라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매년 100억엔 이상의 정책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관서지역 오사카와 동쪽에 위치한 나고야에 자리잡고 있는 파인세라믹의 대표적인 연구소 JFCC. 정부 산하 연구기관으로 파인세라믹과 관련된 산업의 통일적 시험평가 체계 정비와 신소재 연구개발을 담당한다. 한 해 전체 예산은 16억엔 규모. 세라믹 소재의 기초연구를 담당하는 것으로 산학연을 운영하며 파인세라믹 관련 산업의 진흥을 책임진다. 지난해부터는 세라믹에 나노 기술을 적용해 산업화를 추진하는 국가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10년간 27조엔이 투자될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는 도레이와 스미토모화학, 후지쓰 사진필름 등 소재 메이커 10개사와 ‘차세대 반도체 재료 기술연구 조합’을 공동으로 추진해 3년간 120억엔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할 계획이다. 도쿄 북동쪽에 위치한 이바라키시의 RIKEN(이화학연구소). 한 해 예산이 670억엔으로 정규직 연구원만 620명에 이른다. 생물학과 물리학, 화학, 의과학 등 폭넓은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활동을 펼친다. 99% 정부 예산으로 3대 신소재 개발을 위한 기초 실험과 기술적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 과학기술청 소속으로 국내 KIST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고분자 액추에이터(구동체) 소자’를 벤처기업인 이멕스, 료메이사 등에 제공, 이 회사들은 이 기술을 활용해 물고기 로봇 꼬리에 인공근육으로 적용했다. 결과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각광 받는 수중탐사용 로봇을 출시. 나가시마 연구개발부장은 “한국 KIST와 다르게 정부의 100%에 가까운 전폭적인 지원으로 연구원이 성과를 내기에 급급하지 않고 원천 기술력만을 축적하기 위해 기초연구에 몰두한다는 것이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RIKEN의 이 같은 연구 분위기에 덕택에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신개념의 원소를 2가지를 발견하는 큰 업적을 달성했다. 때문에 이 연구소에 인정하는 기술은 전 세계에서도 인정 받는 보증수표로 통한다. 이처럼 일본의 기업과 정부산하 연구기관은 장기적인 투자차원에서 국가가 주도적으로 소재산업 육성에 올인하고 있다. 집행기관도 과학기술청과 경제산업성으로 구분해 소재 분야별 특별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소조직 활용 '아메바 경영' 인수합병으로 사업다각화 교세라 성장을 이끌어 낸 경쟁력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아메바 경영'이다. 회사의 조직을 소집단으로 나눠 운영 및 관리하는 방식이다. 하나의 조직은 보통 7~8명으로 이뤄지며 리더는 일종의 사장 역할을 하도록 한다. 각 조직은 필요에 따라 통합 또는 분리된다. 특히 매월 매출과 비용으로 구성된 실적을 조사해 이익을 계산하고 다시 노동 시간으로 나눠 '시간 당 채산성'을 뽑아낸다. 이를 통해 각 조직의 실적을 평가하고 경쟁을 유도한다. 90년대 후반 이나모리 명예회장이 모든 교세라 사업장에 '수율 100%를 달성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도 그 연장선이다. 회계 상의 이익이 아니라 불량률 감소를 통한 원가 절감을 달성해 현금 보유를 늘려 재무적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것. 또 다른 경쟁력으로 분류되는 전략 중에 하나는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다각화다. 특히 기초소재의 기술적 우위를 토대로 관련 산업의 부실기업을 인수, 시너지 효과를 높여 흑자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최근 소재기업의 추세와 맞물린다. 2000년1월 인수한 복사기 업체 미타공업의 인수는 대표적인 사례다. 기존 업체와의 정면 승부는 피하고, 우선적으로 프린터 사업부와 통합해 개발과정 및 부품을 단순화했다. 이를 통해 무려 4배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이끌어 냈다. 여기에 소모품으로 이익을 얻던 기존 업체의 관행을 과감히 버렸다. 대신 개발해 놓았던 소재를 적용, 수명이 매우 긴 드럼을 개발해 각광을 받았다. 또한 적은 유지 비용이 든다는 입 소문이 퍼지면 최고 인기 제품으로 부각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