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포스트 G20, 기업이 국격을 높인다] 한국식 경영시스템, 이젠 글로벌 표준

빠른 의사결정·인재경영 등<br>해외 기업들 잇단 벤치마킹<br>이론적 연구작업 등도 활발

스웨덴 굴지의 기업인 볼보그룹에는 '창원식 생산시스템'이라는 것이 있다. 이 시스템은 한 생산라인에서 최대 20여개의 모델을 동시에 생산해 재고를 줄이고 생산기간을 단축시킨 경영기법이다. 볼보건설코리아가 이 시스템으로 높은 생산성을 올리자 볼보그룹은 독일ㆍ미국ㆍ중국 생산공장들에 창원식 경영을 도입하도록 지시했다. 처음에는 콧대 높던 독일 기술자들이 창원 방식 적용에 반대했다. 시간이 좀 지나 생산성이 두 배 가까이 오르자 상황은 반전됐다. 독일 기술자들은 독일 국기 옆에 태극기를 나란히 걸며 연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국식 시스템이 세계의 표준, 즉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석위수 볼보그룹코리아 사장은 "과거 한국이 무조건 해외 기업의 방식을 쫓아가는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그들이 한국식 시스템을 따라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불량품 취급을 받던 한국식 경영이 세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를 선도적으로 극복한 한국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외국 기업들은 한국식 경영의 장점을 찾아 접목하려 애쓰고 있다. 세계 최대의 글로벌 제조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은 한국 기업의 신속한 의사결정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다. 5월 한국을 방문한 GE 본사 임원단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온 한국 기업들의 위기관리능력을 높이 샀다는 후문이다. 황수 GE코리아 사장은 "현대차가 북미 시장에서 벌이고 있는 '실직자 구제 마케팅'이나 삼성과 LG가 매우 짧은 주기로 신제품을 내놓으며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사례, 한국 기업들이 중동 플랜트시장을 석권하는 것 등이 모두 한국식 경영시스템의 산물로 GE가 배울 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식 경영에 대한 해외의 뜨거운 관심은 이미 널리 알려진 얘기다. '타도 삼성'을 내세우며 절치부심하고 있는 일본 전자업계에는 삼성의 '인재 제일' '창조경영'은 배워야 하는 동시에 뛰어넘고 싶은 큰 산이다. 일본 기업뿐 아니라 삼성을 알기 위해 한 해 동안 삼성전자 등을 찾는 외국인은 수만여명에 달한다. 삼성 경영에 대한 이론적 연구와 평가도 활발하다. 한국 기업사의 대가인 야나기마치 이사오 게이오대 교수는 2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 학술 심포지엄에서 "고 이병철 회장의 인재경영이 오늘날의 삼성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최근 4년간 미국 스탠퍼드대ㆍ코넬대ㆍ듀크대, 중국 베이징대, 싱가포르 국립대 등 MBA 대학원생 2,600여명이 삼성전자를 찾아 성공 신화와 향후 전략 등을 생생히 접했다. 이외에 멘체스터에서 한국식 할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영국의 테스코, 중국 최대 테마파크인 '킹덤 업 디스커버리'와 운영컨설팅계약을 맺은 삼성에버랜드 등 한국식 경영을 세계에 전파하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한국형 경영의 장점으로 ▦도전적인 자세 ▦'할 수 있다(Can do)'는 정신 ▦한정된 자원 활용을 위한 선택과 집중 ▦오너 체제에 따른 빠른 의사결정 등을 꼽고 있다.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 기업은 스피드가 빠르고 혁신적인 제도를 금방 정착시키는 적응력이 뛰어나다"며 "논란이 돼왔던 오너경영이 과감한 의사결정과 책임경영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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