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련한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은 벤처기업육성을 통해 경제활력을 회복하고 성장동력 확충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한다는데 목적이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이른바 `벤처 생태계'로 불리는 벤처기업 성장의 주요 환경인▲자금흐름 원활화 ▲대.중소기업 납품체계 확립 ▲연구개발(R&D) 등 3가지중에서자금흐름을 원활히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가 1천개 벤처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R&D, 물품 납품등은 현재 관련 부처들을 중심으로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지만 자금지원 부문은여전히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지원대책은 벤처기업의 자본조성을 시장 참가자들이 자율적으로 판단,결정할 수 있도록 시장기능을 강화하고 정부의 역할은 줄여나가기로 했다는 점에서주목된다.
정부가 이번 대책을 통해 공급하기로 한 자금규모는 올해부터 2008년까지 4년간▲1조원 규모 중소기업기투자 모태조합 펀드 ▲산업은행과 민간 공동의 2천억 펀드▲기술신용보증기금의 보증지원 10조원 ▲기업은행의 중소.벤처기업전용 사모펀드 2천억원 ▲구주거래전문펀드 등 5천억원 등 모두 11조9천억원에 달한다.
이번 대책은 벤처기업이 창업, 성장, 성숙하는 3단계별로 세부 지원정책을 마련한 것도 특징이다.
그러나 정부대책은 투자위험이 높은 벤처기업에 국민연금의 투자를 유도, 국민의 노후를 담보로 경제활성화에 나선다는 논란을 재연시킬 수 있으며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어 가시적인 성과가 쉽게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또 벤처거품 붕괴와 과거비리에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게 남아있어 투자자와 시장의 신뢰를 조기에 회복하는 것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벤처기업 활성화 배경
벤처기업은 우리경제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총수출의 4%, 전체 고용의3%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의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고용창출 능력과 경영성과가대.중소기업에 비해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벤처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작년 25.3%로 중소기업 5.4%, 대기업 6.6%를 크게능가했으며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벤처기업 8.3%, 대기업 8.2%, 중소기업 8.3% ▲수출증가율은 벤처기업 38.6%, 중소기업 24.5%, 대기업 39.2% 등으로 벤처기업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벤처기업은 2001년 벤처붐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해 기업수가 2001년 1만1천392개로 최고에 달한후 2002년 9천106개, 작년 7천702개, 올해 11월 현재 7천433개 등으로 줄었다.
벤처캐피털은 투자회수가 어려워짐에 따라 신규투자 규모가 2000년 2조75억원에서 2001년 8천893억원, 2002년 6천167억원, 작년 6천118억원, 올해 1~11월 4천978억원 등으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벤처기업은 여전히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생명공학(BT) 등 신기술을 산업화해 우리경제의 활력과 대안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하고 있어 중국의 부상과 세계화에 대응해 육성이 필수적인 분야로 꼽히고 있다.
◆창업 초기 안정적 자금 공급
벤처기업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창업 초기 자금조달이 어렵지만 내년부터는 수익성만 보장할 수 있으면 각종 규제완화, 보증지원 확대,펀드 등을 통해 자금조달이 한결 수월해진다.
먼저 지난 10월말 현재 전체 창업투자조합 431개중 올해와 내년중 만기가 돌아오는 237개 창투조합의 1조7천286억원에 이르는 자금은 각종 펀드조성을 통해 만기연장이 지원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2008년까지 1조원 규모의 중소기업투자 모태조합을 조성해 벤처창업 등에 투자하고 산업은행은 민간과 함께 2천억원 규모의 공동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는 벤처투자조합에 출자한 금액의 15%가 소득공제되고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비과세돼 투자가 좀 더 활성화할 전망이다.
벤처기업의 자금중개기능을 하는 벤처캐피털의 역량도 제고된다.
창투사는 `납입자본금 규모 최소 100억원'과 `전문인력 규모 최소 3인 확보' 등의 기준이 완화돼 설립이 쉬워지고 성과보수 상한 규정이 폐지돼 수익성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된다.
패자부활프로그램이 도입돼 비리 등 도덕적 해이가 없는 정직한 실패 기업에 대해서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의 규정을 바꿔 신규보증을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성장단계 자금.판로.연구개발 종합지원
벤처기업은 창업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성장단계로 진입하게 되면 자금지원은 물론, 연구개발과 판로 등 다각도의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벤처기업에 대한 영업, 재무 등 경영정보를 종합적으로 관리,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먼저 벤처기업 정보유통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벤처기업 보증을 전담하는 기신보를 중심으로 벤처기업의 영업, 재무, 기술 등 경영정보 공시를 확대, 신뢰성 있는투자판단 정보가 제공된다.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은 벤처기업에 출자하면 순자산의 25% 이상을 다른 기업에 출자하지 못하도록 한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게돼 대기업의 벤처투자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기신보는 또 국민연금과 금융기관이 벤처기업에 투자할 때 보증규모를 확대, 여유자금을 투자자금화 한다는 방침이다.
대학의 연구능력과 기업의 자본을 결합,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한 산학협력강화방안도 적극 추진된다.
벤처기업의 대학내 공장설립이 쉬워지고 대학이 지적재산권을 기업에 출연하는방식의 투자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세계적인 공과대학인 중국의 칭화대학의 경우 캠퍼스내에 240개 공장이 들어서서 학생들의 연구실습을 지원하고 기업은 연구성과를 제품제조에 응용하는 등 산학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을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조달품목 지정 때 벤처기업 제품을 우대하기로 해 품질과 성능, 효용이 우수한 벤처기업 제품은 판로 확보가 용이해지게 됐다.
◆성숙 단계서 가망 없는 기업은 `조기 퇴출'
벤처기업이 성숙단계에 접어들어서도 발전 가능성이 희박하면 과감히 퇴출된다.
코스닥시장에서 한계선상에 있는 부실기업의 관리종목 지정 기준에 반기 기준자본잠식 100% 이상을 추가하고 관리종목 지정후 퇴출까지의 유예기간을 1년에서 6개월로 대폭 단축해 가망없는 기업의 조기 퇴출이 이뤄지게 했다.
M&A를 활성화하기 위해 주식교환 때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이익실현 때까지연기해주는 대상기업의 범위가 비상장 벤처기업에서 공개기업으로 확대되며 코스닥기업이 비상장기업을 합병할 때 심사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또 상장벤처기업에 주식 등으로 현물출자할 때 법원의 검사인 선임 절차를 없애신속한 M&A가 이뤄지도록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유망한 벤처기업이 성숙단계에서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없도록 코스닥시장을 벤처기업 전용 시장화하고 소액주주의 코스닥주식 양도세 비과세범위를 발행주식 총수의 `3% 미만 보유'에서 `5% 미만 보유'로 확대, 개인투자자들의 거래를 활성화하도록 했다.
◆문제점은 없나..벤처거품 재연, 고용창출 미미, 증시 질 저하 등 우려
정부의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은 지난 2001년 이후 `벤처거품'이 재연되는 것이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많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주도의 벤처기업 육성책에 따른 무분별한 과열현상이 확산되면서 일반투자자들은 `묻지마 투자'에 열중했고 일부 벤처기업 사업자들은 머니게임에 치중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었기 때문이다.
특히 벤처기업들은 다른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이동시켜 고용하기 때문에 새로운 고용 창출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배상근 박사는 "벤처붐을 조성할 경우 일시적으로 경기를 일으킬 수 있으나 그 악영향이 오래간다는 과거의 경험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수익모델이 뚜렷하지 않은 벤처기업에 한국경제가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바람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벤처기업 육성보다는 기술력과 자본을 갖고 있는 대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쉽게하기 위해 코스닥 시장의 문턱을 낮춘 것에 대한문제 제기도 있다.
코스닥위원회 관계자는 "기업의 M&A 요건 완화를 악용해 뒷문으로 시장에 들어오는 기업이 많아져 증시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M&A과정에서 법원의검사인 선임절차 배제 등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장외기업과 장내기업의 M&A를 통한 우회상장(등록) 방식으로 주식시장에 입성한 기업은 54개로 작년의 30건보다 80% 증가했다.
(서울=연합뉴스)김대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