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감식 형사들이 모여 화재조사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학회를 운영,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한국화재조사학회`(Korean Institute Of Fire Investigation)는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화재 전문화 교육을 받던 감식형사 11명에 의해 만들어졌다.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는 국내 화재조사 분야의 학문적발전을 위해 정보를 교류하고 함께 연구하자며 자연스럽게 뜻을 모은 것이다.
이들은 먼저 두세 명씩 한 팀을 이뤄 화재발생시 기초감식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는 작업을 시작했다. 평소 화재 현장에서 감식활동을 벌이면서 지식이 부족하거나 심층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분야를 실험과제로 선정, 일과 후나 주말ㆍ휴일을 이용해 실험을 거듭하며 데이터를 얻어냈다.
마땅한 실험실이 없어 집 근처 빈터나 쓰레기소각장 주변 등 실험을 할 수 있는 곳은 어디나 실험실로 이용했고 대형 화재실험을 위해 바닷가나 한적한 시골을 찾아 다니기도 했다. 별도의 연구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은 이들에게 경기도소방학교와 국과수가 실험 및 데이터 분석에 많은 도움이 됐다.
이런 노력끝에 창립 5개월만인 지난해 9월 학회지 1호가 발간된 데 이어 지금까지 모두 3권의 학회지가 만들어졌고 국과수와 국방부 등지에서 모두 4차례의 세미나가 열렸다.
실제 이들이 연구해 발표한 `전기난로 감식방법에 관한 연구` `모발건조기에 의한 발화연구` `유류에 의한 바닥재 소훼흔 연구` 등 학회지에 실린 많은 논문은 현재 화재현장 감식을 하는 전국의 형사들에게 유용한 감식교재로 활용되고 있다.
학회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전국의 감식형사뿐 아니라 일반 형사, 소방관, 대학교수 등이 가입, 회원수가 명예회원을 포함해 120여명으로 불어났다.
또 그 동안 학회지 제작 및 세미나 개최 비용이 모두 회원들의 회비로 충당돼 왔으나지난 4월 행정자치부 산하 `공무원 연구단체`모임에 학회가 등록되면서 내년부터 연간 150만원 안팎의 연구비도 지원 받게 됐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