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美 경제 둔화에 대비를

전영재(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전영재(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미국경제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경제가 다시 위축될 경우 대외 여건의 호조를 발판삼아 경기 회복을 이룬다는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인상ㆍ테러등 불안요인 다행스럽게도 현재 미국경제의 회복세는 건실해 보인다. 경제 성장률은 지난 2002년 2.1%, 2003년 3.1%를 기록한 후 올 1분기에도 4.2%라는 높은 수치를 보여줬다.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그 동안 부진했던 설비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 연초까지만 해도 경기는 좋았지만 일자리는 늘지 않는 ‘고용 없는 경기 회복(jobless recovery)’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올해 3월 신규 일자리 창출 건수가 33만 7,000개를 기록한 이래 4월에도 28만 8,0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고용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이러한 경제지표의 호전으로 미국경제의 상승 국면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미국경제 회복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리스크 요인이 모두 제거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섣부른 낙관은 시기상조다. 먼저 주목해야 할 리스크 요인은 금리인상의 부작용이다. 지금까지 미국경제의 회복은 상당 부분 저금리, 감세 등 경기 부양책에 힘입은 바가 컸다. 그동안 미 연준은 금리인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최근 고용사정이 크게 개선돼고 물가상승 압력이 발생하고 있는 등 디플레에 대한 우려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더이상 금리를 묶어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준은 월 평균 15만~17만명 이상의 신규 고용 창출이 수개월 동안 지속되는 것을 금리인상의 전제 조건으로 삼고 있는데 최근 고용 동향은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켜 주고 있어 금리인상의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금리인상 자체보다는 시기와 폭이 문제인데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8월까지는 0.25%포인트 이상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만일 금리가 인상된다면 이러한 경기진작 효과가 사라지며 소비가 줄고 경기가 주춤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금까지 미국이 저금리에 의존해 성장을 해왔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가계 부채의 확대 및 주택 경기의 과열 등이 빚어져왔기 때문에 금리인상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과소평가 할 수 없다. 특히 미국 주택가격이 상승세가 높아 거품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금리인상으로 주택 부문의 거품이 꺼지게 된다면 자산 가치의 하락을 통해 소비가 위축되는 이른바 역의 부 효과(negative wealth effect)가 발생할 수도 있다. 금리인상이 미국경기의 위축을 통해 세계 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것도 문제지만 미국의 고금리를 노리고 국제 자본이 개도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하는 경우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과 불안을 부채질할 위험도 크다.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적자 확대에 따른 쌍둥이 적자 문제도 심각하다. GDP의 5%를 육박하는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세계 기축 통화인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입장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만일 경상수지 조정이 급격하게 진행될 우 소비ㆍ투자 등 실물경제의 타격이 뒤따르게 될 것이다. 한편 재정적자 확대는 향후 미국의 실질 금리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업의 자금조달 비용 인상과 구축효과를 통해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추가 테러 위협, 이라크 사태 악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미국경제를 위협하는 불안 요인이다. 미국은 9ㆍ11 테러, 두 차례의 테러 전쟁이라는 외부 충격을 극복하고 경기침체를 탈피하는 복원력(resilience)을 보여줬다. 당시에는 금리인하와 재정확대라는 강력한 정책 수단을 통해 대응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질금리가 제로 수준에 머물러 있고 재정적자가 심각한 현 상황에서 다시 외부 충격이 가해진다면 더이상 금리를 내리거나 재정을 늘릴 여지가 없게 된다. 정책 대응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테러 등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그 여파는 더욱 커지게 된다. 기업 투자의욕 살리기 절실 물론 이러한 리스크 요인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미국의 경기 상승세는 이어지리라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아직까지는 경기 상승을 견인하는 힘이 리스크 요인을 압도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발 악재가 당장 가시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경기 상승을 견인하는 힘이 약화되고 리스크 요인의 영향이 커지면서 미국경제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경제는 내수와 투자 부진에도 불구하고 미국 수출의 호조에 힘입어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경제 호황이라는 대외 여건 호재가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의 투자 의욕을 살리는 근본적 대책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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