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부동산 대폭락 온다? 안온다?

"日'잃어버린 10년'처럼…" VS"2010년 저점 매수 기회"



서울 개포동 재건축 추진단지와 용산, 한남뉴타운 등에 부동산중개업소 4개를 운영하고 있는 K(47)사장은 최근 3개월 새 단 한 건의 거래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가격이 고점에 비해 20% 안팎 떨어졌지만 경제위기 국면이 지속되면서 매수세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값이 여전히 가계 실질 구매력에 비해 낮은 상태가 아니어서 내년에도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이처럼 가격이 높은 상태에서 거래량이 급속히 줄어드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면서 최근 시장 일부에서는 '앞으로 수 년 또는 10년 내 아파트 값이 반토막날 수 있다'는 대폭락론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침체의 심화로 인해 부동산 투기수요가 완전히 사라진데다 주택공급은 확대되고 인구는 감소하는 추세를 감안할 때 '부동산 불패신화'는 박물관에서나 구경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가계의 실질소득이 떨어지고 대출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매물이 속속 나오는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불황이 장기화될 경우 대폭락 현상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물론 대폭락론에 대한 반작용으로 시장 일각에서는 집값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볼 수 없고 현 정부가 부동산경기에 올 인할 수 밖에 없다며 '폭락은 없다, 2009년 중 반등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폭락이 있다, 없다 논란 속에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으나 양쪽 논리 모두 헛점이 적지 않아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경제가 파탄나고 부동산 투기수요가 모두 사라져 대폭락론이 온다는 주장이나 집값에 거품이 끼어 있지 않다는 주장이나 모두 일방적인 논리를 들이대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 양상이 심각하게 진행중이지만 내년 하반기나 2010년 중에는 저점 매수의 기회가 올 것이라는 균형잡힌 접근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양지영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경제회복이 언제부터 진행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통상적으로 경제회복세가 나타나기 6개월 정도 앞서 턴어라운드하는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보면서 투자기회를 엿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YES "불황여파 투자 수익률 저하로 급매물 증가·집값 하락 불가피"
NO "소득 상승 고려땐 거품 아니다…MB정부 급락세 방치 않을것"
‘부동산 대폭락 있다? 없다?’ 최근 부동산시장 침체가 심화되면서 대폭락론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시절처럼 집값이 반토막 날 것이라는 대폭락론이 나오자 현 정부가 부동산 급락세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폭락은 없다, 2009년 중 반등한다’는 성급한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을 가진 사람이나 전ㆍ월세를 사는 사람이나 매수ㆍ매도 시점을 언제로 잡을지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부동산 대폭락 있다, 없다 주장의 논리와 허점을 분석하고 시장 참여자들이 앞으로 어떤 전략을 취해야 되는지 살펴본다. ◇대폭락론의 근거는= 부동산 폭락론자들은 현재는 집값이 높은 상태지만 거래량은 급속히 줄어드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상태라 위험하다고 본다. 또한 작년, 재작년까지의 수년간의 집값 상승은 가계 부채가 만들어낸 투기 거품에 따른 것이라며 지금은 투기심리가 완전히 꺾였고 세계적으로 집값이 급락하고 있어 위험하다는 논리를 편다. 미분양 누적에다가 2기 신도시 추진 등 주택공급도 늘고 있어 지방은 물론이고 서울ㆍ수도권 집값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한마디로 더 이상 ‘부동산 신화는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경기침체 국면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부동산값이 떨어져도 매수심리가 전혀 살아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먹고 살기 힘들데 부동산투자는 사치라는 것이다. 실질소득이 줄고 대출과 교육비 등이 가계를 짓누르는 상황에서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이 아무리 나와도 부동산값 하락세를 막지 못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다시 말해 투자수익률 저하 -> 매수자와 매도자간 힘겨루기 -> 급매물의 증가 -> 집값 하락 -> 추가 집값 하락 -> 본격적인 거품붕괴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연간 10% 이상 오르지 않는 주택 투자는 오히려 손해인데 오르기는 커녕 앞으로 떨어질 요인만 있는데 부동산 투자는 안된다”며 “앞으로 10년간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가격 기준으로 반토막날 수 있어 연쇄적으로 더 큰 재앙을 부르기 전에 지금이라도 집값 거품을 더 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폭락 없다 주장도= 폭락론에 맞서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 수 년간의 명목집값 급상승으로 집값에 거품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동안의 소득상승을 고려하면 거품이 끼어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지난 수 년간 저금리 하에서 투기수요로 인해 한국 집값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힘들다”며 “소득상승을 고려하면 집값이 과도하게 올랐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가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금리인하가 점진적으로 시작되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경기부양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대폭락이 없다는 주된 논리 중 하나다. 나아가 인구도 2020년까지는 늘고 현재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분양가는 계속 오르고 부동자금과 토지보상금도 대기 중이어서 모멘텀만 마련되면 빠르면 2009년부터 반등장이 올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폭락 있다 없다 모두 논리적 허실= 하지만 폭락 있다 없다 논리 모두 허실이 적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우선 경제가 최소 내년까지는 갈수록 안좋은 상황으로 갈 확률이 높아 요즘 폭락론이 일부 힘을 받고 있으나 논리적 비약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부동산 수요자체를 투기수요로만 보고 투기가 사라지기 때문에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집을 사는 행위 자체가 자본이득을 위해 사는 것이면서도 실수요도 많다. 국토부 통계를 보면 지방은 공급과잉 상태이지만 서울의 경우에는 인구 1,000명당 주택수가 230채로 선진국 수준인 400채에 비해 부족한 상태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도 고령화가 진행되는 문제가 있지만 2020년까지는 5,0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주택이 필요한 1,2인 가구도 계속 늘고 있다. 2기 신도시 10곳 중 판교신도시와 광교신도시를 제외하고 서울에서 먼 곳들은 일본의 몰락한 신도시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하는데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그 지역의 소허브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주택공급 측면에서 보면 서울의 경우 재개발ㆍ재건축을 통한 주택증가 효과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위례신도시(송파신도시)와 수도권 그린벨트 개발에서 공급확대가 예상되나 임대주택 비중이 높아 집값을 끌어 내릴 정도로 쇼크를 줄지는 미지수다. 경제도 내년엔 상당히 어렵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경기부양을 위한 노력이 펼쳐지고 있어 2~3년, 또는 3~4년 뒤부터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대폭락이 없다는 논리도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우선 금융위기에 이어 실물경기 침체국면을 다소 안이하게 판단하고 있는게 문제다. 또한 가계의 구매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실물금리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며 미분양이 소화될 때까지 상당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도 경기회복이 전제돼야 약발을 기대할 수 있는게 현실이다. ◇시장 전망과 내집마련ㆍ투자전략은= 지금은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국면이 국내ㆍ외 실물경기 침체로 옮겨 붙으면서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에서 제2의 금융위기가 발생할 우려도 아직 남아 있다. 정문건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은 “미국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이 터지면서 1차 금융위기가 오고 실물 위기가 진행되고 있는데, 서브프라임모기지보다 규모가 훨씬 큰 카드와 자동차할부금 연체누적에 따른 부실이 터진다면 제2의 금융위기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제위기 국면이 확실한 가닥을 잡지 못하고, 국내적으로도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가계의 구매력이 급감하고 있어 부동산값 하락세는 상당기간 진행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1983년부터 1991년까지 부동산 버블이 쌓였다가 이후 급속히 붕괴되며 현재 절반 값에 머무르고 있는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억측이다. 일본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대출규제로 인해 아직까지 금융권의 부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외환위기 때처럼 1998년 급락한 뒤 2000년 이후 저금리하에서 급반등했던 때를 기대해서는 위험하다. 그때는 부동산값이 외환위기 전부터 오랜 정체국면을 보인 상태에서 급락한 뒤 빠른 경제회복세가 나타났고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까지 뒷받침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경제상황과 부동산시장 흐름이 달라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다.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점은 경제상황이다. 전 세계적인 경기부양 노력으로 인해 국내ㆍ외 경제회복세가 이르면 2~4년 뒤부터 진행된다고 볼 경우 2010년 이후에는 부동산값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주식시장이 경기회복을 6개월 정도 앞두고 내년 하반기 이후 회복세를 보인다면 그 이후 몇 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부동산 급매물이나 경매를 통해 저점매수에 나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주식시장이 바닥을 친 뒤에는 부동산 투자심리도 살아나고 주식에 물려 있던 가계들도 여유가 다소 생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때는 최근 일련의 MB정부 부동산활성화 대책이 빛을 볼 것으로 보인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센터장은 “공급이 넘치는 지방은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겠지만 서울권에서는 내년 하반기나 2010년께 급매 위주로 내집마련에 나서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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