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차를 타는 기분은 어릴적 새 장난감을 선물받을 때처럼 들뜨기 마련이다. 어디로 갈까. 경부고속도로로 대전까지 달린 다음 국도를 타고 돌아오기로 코스를 정했다. 엔진의 주행성능은 고속도로에서, 그리고 구불구불한 국도에서는 핸들링과 승차감을 알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시승차량은 Q30모델. 6기통(V6)엔진에 3,000㏄ 196마력짜리다. 차 값은 2,650만원.
앞쪽은 그랜저라는 이름이 한국땅에서 가지는 위엄·중후·성공같은 단어들이 연상됐다. 반면 뒷쪽에서는 젊음에 대한 갈망이 응축된 느낌이다.
문에 달려 있는 아웃사이드미러가 깜찍하다. 문을 여니 하드탑스타일만의 세련미가 돋보인다. 가죽시트가 주는 느낌도 썩 괜찮다. 고급 가죽이 쫙 달라붙고 징~하는 소리와 함께 몸에 맞춰 시트가 자동으로 조절됐다. 시동부터 출발까지 매우 정숙했다. 얼핏 잠에서 깬 아이가 잠깐 칭얼거리다가 이내 다시 잠드는 것처럼. 잠시 인테리어를 감상하며 차안에 붙어있는 버튼을 눌러보고 기기들을 작동해봤다. 그동안 국산차에서 느꼈던 인테리어의 단순함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부드러운 감각이 BMW나 볼보같은 외제차에 기술적으로 근접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고급차는 달리지 않고 미끄러진다던가. 가볍게 밟은 액셀러레이터가 엔진을 일깨웠고 행진을 시작했다.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속도를 냈다. 기어를 수동모드로 바꾸고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다. 속도계 바늘이 중앙으로, 다시 오른쪽으로 기울어진다. 박차고 나가는 힘이 강력했다. 쭉 내달리는 가속감도 매우 좋았다.
핸들을 돌리면 원하는대로 따라온다는 느낌이 들었다. 잘 훈련된 애완견같았다. XG의 움직임은 빨랐으며 휘청거림없이 다시 방향을 찾는 복원력도 뛰어났다. 속도계를 140㎞에 맞춰 1분여를 달렸다. 하드탑을 단 차의 단점인 소음이 얼마나 나는지를 유심히 귀기울였지만 그런 생각은 단지 기우(杞憂)일 뿐이었다.
고속도로에서 국도로 나왔다. 멈춰설때마다 지나는 사람들이 잘 나가느냐, 승차감은 어떠냐, 실내공간은 넓으냐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시속 80㎞로 달리다 힘껏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드드드드득…. ABS가 작동하는 소리가 들리고 차는 더이상 나가지 못했다. 여러 사람이 타도 무게를 분산시켜 한 사람이 탄것처럼 제동효과를 내는 DBS방식의 ABS 덕분이다.
울퉁불퉁한 길이었지만 그건 차바닥까지만 전달될 뿐 운전하는데는 별로 덜커덩거린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진동이 억제되고 있었고 가끔 움푹 패인 골을 지날 때도 핸들컨트롤은 이상이 없었다. 그랜저XG에 장착돼 있는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좋은 길에서는 소프트하게, 험한 길에서는 하드하게 감쇄력을 조절해 운전하기 편했다. 중후한 품격을 갖추면서 손수운전을 즐기는 고소득 전문직종 종사자에게 안성맞춤이 아닐까 싶다. 【박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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