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탈바꿈하는 중국경제]<下>중화권이 뜬다

화교자본 무려 3조달러 세계경제 '태풍의 눈'중국이 15년 만의 숙원이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목전에 두는 등 세계경제의 전면에 나서면서 미국ㆍ유럽과 맞먹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저가의 노동력을 이용한 1, 2차 단순가공상품 생산에서 벗어나 PCㆍ이동전화ㆍ반도체 등 첨단제품생산 국가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데 WTO 가입을 계기로 중국 본토에 대한 자본투자까지 확대될 경우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미국 및 유럽과 더불어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중심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들어 가시화되고 있는 중화경제권의 부상은 그 폭발적인 성장세와 잠재력으로 인해 벌써부터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 덩치 커지는 중화경제권 중화경제권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80년대 중국이 개혁ㆍ개방정책을 표방하면서부터다. 80년 홍콩의 황기련 교수가 화인경제권(華人經濟圈)의 깃발을 올린 후 중국권(中國圈), 대중화공동시장(大中華共同市場) 등 중화경제권 형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97년과 99년 홍콩과 마카오가 중국에 반환되면서 기초를 다진 중화경제권은 이제 타이완을 한울타리에 묶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진당의 천수이볜 총통 당선 후 중국과 타이완 관계에 대한 불투명성이 다소 증대되기는 했지만 중국의 WTO 가입 후 양안 관계, 특히 경제협력은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쌍방이 경제정책에 관한 협의를 통해 투자보호ㆍ조세문제ㆍ분쟁의 중재와 해결ㆍ산업정책ㆍ과학기술 등 다각적인 협력을 점진적으로 추진, 굳이 통상(通商)ㆍ통항(通航)ㆍ통우(通郵) 등 3통(通) 문제 해결이라는 정치적 장애물 없이 경제교류를 확대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화교상권의 범주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정립하기 어려운 상태지만 일반적으로 타이완ㆍ홍콩ㆍ마카오ㆍ싱가포르 기업들은 화교상권에 포함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앞으로 아시아의 실질적인 경제 축이 될 경우 중화경제권은 인도차이나반도ㆍ동남아시아ㆍ동북아시아ㆍ러시아ㆍ인도를 포괄하는 거대 상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폭발력과 잠재력 막강 중화경제권은 유럽연합(EU)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같은 제도적 통합체가 아닌 동일민족에 바탕을 둔 기능적 통합체여서 결속력, 특히 경제적 협력에 있어서는 어떤 통합체보다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직후 중국이 서방국가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을 때도 중국은 전세계 화교들의 투자에 힘입어 고도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현재 전세계 국가 중 화교 인구의 비중이 2%를 넘는 나라는 21개에 이르고 있고 이들 국가에 대한 중국과 타이완의 교역 집중도 역시 80%를 웃돌고 있다. 지역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동질 민족이라는 정체성이 경제협력의 연결고리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세계 화교자본은 중화경제권의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화교들이 주무르고 있는 돈은 자그마치 3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동남아 국가들의 주요 은행ㆍ보험사는 모두 이들의 손아귀에 있다. 또 미국 내 화교기업은 수만개에 달해 아시아계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중남미에도 500여개의 화교기업이 포진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중국의 WTO 가입을 계기로 특히 인터넷을 통해 지리적 한계를 극복할 경우 중화경제권의 파워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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