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사나이 박태준 전 포항제철 회장이 몰락했다.
무려 30여년간 승승장구하며 남부러울 게 없던 박 전 회장은 불과 1~2년 사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어느 시대 어느 국가든 정치세계에서 패배는 곧 죽음을 의미한다.
그래서인지 정치는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끝장을 봐야 한다.
1989년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의해 민정당 대표로 임명됐던 박 전 회장은 3당 통합 후 대권경쟁에서 밀리면서 YS와 대립각을 세웠던 데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끝까지 자신의 뒤에 서 있을 줄 알았던 노 전 대통령이 어느날 YS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국세청은 문민정부 출범 직후인 1993년 5월31일 포항제철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이 가족 및 타인 명의로 282억원 상당의 부동산과 주식, 예금 78억원 등 총 360억원의 재산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1988년부터 1990년까지 포철의 32개 계열사ㆍ협력사들에서 56억원을 사례비 등 부정한 방법으로 조성, 주로 개인재산 형성에 쓴 사실도 밝혀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금품수수 부분에 대해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횡령수뢰 혐의로 박 전 회장을 대구지검에 고발했다.
보유재산 360억원 중 운전사나 재산관리인 등 타인 명의의 부동산과 자녀 명의의 주식과 예금에는 63억원의 증여세를 추징했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포철에 284억원, 제철학원에 245억원, 포철 계열사ㆍ협력사에 201억원 등 모두 730억원의 탈루세액을 추징했다.
1968년 포항제철 건설에 착수, 1992년 광양제철 완공까지 포철신화를 이루며 허허벌판에 강철왕국을 세웠던 철강왕 박태준은 국내 정치판에 뛰어들어 결국 비참한 종말을 맞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