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 안밝힌채 3,078억 증자 'STX, 왜?' 해외투자 재원 마련등 다양한 루머 잇달아지주사 전환 겨냥한 "부채비율 개선" 분석도 김민형 기자 kmh204@sed.co.kr STX그룹이 지난 16일 단행한 3,07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놓고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다. STX그룹이 유상증자 자금의 용도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깜짝 증자'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유상증자 발표 후 다양한 루머들이 시장에 나돌면서 STX의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근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워온 STX그룹에 어떤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STX그룹은 이번 유상증자 배경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중국 등 해외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며 "북해유전개발 등 에너지 부문에 1,000억원, 회사채 상환에 1,000억원, 중국ㆍ베트남ㆍ아제르바이잔 조선소에 1,000억원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STX그룹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시장 전문가들이 우선 내놓는 해석은 지주회사 전환 및 금융업 진출을 위한 사전포석설. 지주회사가 되려면 부채비율이 200% 이하여야 하고 비금융사가 증권사의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서도 부채비율이 200% 이하여야 하지만 ㈜STX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222%로 이를 넘어선다. 하지만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회사채를 상환하면 ㈜STX의 부채비율은 128%로 줄어들어 지주회사 전환 및 금융사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TX의 부채비율은 경쟁사들에 비해 딱히 높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재무건전성 강화에 나서는 것은 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전환과 금융업 진출을 위해 자격요건을 갖추기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최근 공격적인 M&A를 이어온 STX그룹이 자금난에 부딪혔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룹이 최근 세계적인 크루즈선사인 아커야즈를 8억달러를 들여 인수한데다 중국 다롄조선기지 등에 지분출자를 위한 사채발행에 나서면서 총차입금이 증가하는 등 자금압박이 심화됐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STX그룹 측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계열사인 STX팬오션의 1ㆍ4분기 영업이익이 2,754억원에 달하는 등 자금력은 충분하다"며 "이달 초 한신정평가가 ㈜STX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A-'로 상향한 것에서 보듯 안정적인 재무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수설이지만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필요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대우조선해양의 매각가격이 6조~10조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무리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다 하더라도 유상증자 규모가 턱없이 작은 것이다. STX그룹측도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이번 유상증자를 대우조선해양 인수전과 결부시키는 것은 무리"라며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