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박영순의 눈 이야기] 한국에 근시가 많은 이유

우리 주변을 관심 있게 돌아보면 안경을 낀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안경을 착용하지 않은 사람 중에는 콘택트렌즈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을 테니 눈이 나쁜 사람들이 얼마나 많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안경은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ㆍ중국 사람들도 유난히 많이 착용한다. 이유가 뭘까. 음식에 문제가 있는가, 조명이 어두운 곳에서 책을 많이 본 때문일까, 아니면 컴퓨터 때문일까. 해답은 이외로 간단한데 있다. 청소년기에 키가 자라면 눈알도 커지는데 이 때 수정체와 각막 굴절력이 적절하게 따라야 정상 시력이 된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수정체와 각막 굴절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근시가 흔하다. 이에 비해 서양인들은 어떤가. 그들은 동양만큼 근시가 많지 않다. 오히려 원시가 훨씬 많다. 근시는 유전적인 성향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이 의학계의 판단이다. 부모가 눈이 나쁘면 아이도 눈이 나쁠 가능성이 많다. 키가 한창 클 때 근시도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중ㆍ고등학교 때 눈이 나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성장이 둔화되는 25세 이후가 되면 비로소 근시 진행이 멈춘다. 근시는 키가 급격히 자라는 초등학교 4,5,6학년부터 시작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나빠진다. 처음에는 시력이나 안경도수가 미미해서 안경을 안 껴도 잘 보이기 때문에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그 때부터 눈이 점점 나빠져서 안경돗수가 높아진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안경 때문에 시력이 나빠진 것이 아닌가 착각한다. 근시 환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근시가 되게끔 모든 조건이 정해져 있는데도 안경이나 TV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나 단정하는 누를 범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동안의 모든 일상행동을 자책하거나 책망한다. 어두운 곳에서 책을 봐서, TV를 너무 많이 봐서, 너무 가까이 봐서, 컴퓨터를 많이 해서, 심지어 공부를 많이 해서 눈이 나빠졌다고 여긴다. 물론 너무 나쁜 조명에 작업을 많이 하면 근시 진행을 촉진한다는 연구결과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근시진행은 자연적인 현상이다. 안경을 안 낀다고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안경을 착용한다고 나빠지지도 않는다. 눈에 맞는 정확한 안경을 선택해 피로를 막아주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영순ㆍ윤호병원안과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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