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의 엔진인 설비투자가 오랜 침체를 벗고 올 하반기에 뚜렷한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돼 경기 활성화에 청신호를 던져주고 있다. 12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설비투자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200대 기업의 하반기 설비투자는 3분기 만에 다시 20%대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국내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기업규모별 양극화 현상이 여전하지만 그러한 가운데서도 설비투자를 늘리겠다는 중소기업이 지난해에 비해 다소 늘어난 것으로 조사돼 대ㆍ중소기업의 동반성장 기대도 높이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목적별 투자패턴을 분석해볼 때 올 하반기에 기존 노후설비의 교체보다는 신제품 생산 등 공격적인 투자가 크게 늘어 내용 면에서도 경기회복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기업들은 기존설비 확장(36.2%), 유지보수(63.4%) 등의 투자가 크게 증가한 반면 신제품 생산(-7.0%), 연구개발(R&D) 설비(-2.9%), 정보화(-12.4%) 등의 투자는 감소하는 등 주로 보수적인 투자행태를 보였다. 하지만 하반기 투자계획을 보면 신제품 생산을 위한 투자(50.7) 및 R&D 설비(32.9%) 등 공격적인 투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설비투자가 직접 생산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할 전망이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생산적 투자의 증가는 기업들이 보수적 투자패턴에서 벗어나 중국의 추격과 글로벌 시장 잠식 등을 의식,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공격적 투자로 전환할 계획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원조달 측면에서는 풍부한 기업 유동성을 바탕으로 내부유보에 의한 재원조달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체 투자에서 내부유보자금의 조달비중은 지난 2003년 68.3%에서 2004년 70.4%, 올해는 74.0%로 상승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에서 석유화학ㆍ철강 등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디스플레이ㆍ자동차ㆍ조선 등 대부분의 주력업종도 하반기에는 투자 증가세에 합류할 전망이다. 반면 제지ㆍ반도체 등은 하반기에 투자가 감소세로 반전되고 시멘트ㆍ섬유 등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감소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비제조업에서는 에너지 부문 투자 증가세가 대폭 둔화되고 유통은 상반기의 감소세에서 벗어나 증가세로 반전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규모별로는 상위 30대 기업의 하반기 투자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5.2%를 기록하면서 투자증가율(25.1%)도 30대 미만(19.5%)을 크게 앞지를 것으로 조사되는 등 기업별로 투자액의 편차가 클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중소기업은행 산하 기은경제연구소는 이날 종업원 수 5~300명의 2,064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5년 중소제조업 설비투자 전망’을 통해 올해 설비투자를 이미 했거나 앞으로 할 예정인 중소기업이 조사대상 기업의 42.6%로 지난해의 40.1%에 비해 2.5%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