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캐시카우' 안개를 걷어라] 현대·기아차 작년 손실 따져보니
환율하락→1조7,400억… 노조파업→2조3,700억90년대 엔고 시달린 도요타는 노사 화합으로 적자위기 넘겨
관련기사
"싼타페, 현대차 중 가장 뛰어나다"
씨드, 유럽 판매 호조… 기아차 '예감좋다'
'점잖은 수입차' 시동만 걸면…
아반떼-혼다 시빅 안전도 비교해봤더니…
한고비 넘긴 현대차… 위기극복 탄력받나
'1위 도요타' 비결은 발빠른 글로벌화
"인도 일등 신랑감, 현대 '상토르' 모는 남자"
현대·기아차 작년 손실 따져보니…
"기로에 선 '한국 車'… 향후 10년 중대 고배"
中·日 거센협공… 車 산업 미래 '짙은 안갯속'
최고 2,000만원! 차값도 '봄 바람' 났네~
현대·기아차에 유럽이 반했다
전기차·수소차… '첨단의 파티'
인피니티, 2008년형 뉴 G 쿠페 공개
BMW, 뉴3시리즈 컨버터블 국내 출시 外
‘환율하락=1조7,400억원, 노조파업=2조3,300억원’
한국 자동차산업을 이끌고 있는 현대ㆍ기아차가 지난해 한해 동안 뜻하지 않게 감내해야 했던 손실이다. 고질적인 노조의 파업 등 조업방해는 무려 2조원이 넘는 손실을 안겨줬고 설상가상으로 덮친 원화 강세는 1조7,000억원의 매출을 허공으로 날려버렸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환율하락과 같은 어려운 대외변수가 생기면 도요타가 해온 것처럼 노사가 힘을 합해 위기를 극복해나가야 한다”며 “그러나 지난해 현대ㆍ기아차가 겪은 노조 파업, 이에 따른 손실과 후유증은 어느 해보다 심각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현대차의 실적에 직격탄을 날린 환율하락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매출을 각각 9,290억원, 8,110억원 쪼그라들게 만들었다.
지난해 원ㆍ달러 환율은 연초 1,022원에서 954원으로 6.7%, 원ㆍ유로 환율 역시 1,270원에서 1,200원으로 5.5% 하락했다. 원ㆍ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현대차는 1,200억원, 기아차는 1,000억원의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환율하락은 단순히 매출감소의 악영향만 끼치는 게 아니다. 가격경쟁력 악화로 어렵게 확보한 시장을 잃어버리는 게 더 큰 문제다.
실제로 지난해 말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회사들은 소형차인 야리스의 미국 판매가격을 현대의 베르나보다 1,200달러 싸게 내놓아 현대차를 압박했다. 한국차가 원화 가치 상승으로 가격이 높아진 틈을 타고 엔저를 이용해 일본차 가격을 더 낮추는 공세를 취한 것이다.
때문에 현대차는 지난 1월 미국시장에서 판매가 8.2% 줄어들었지만 도요타는 오히려 9.5%나 증가한 17만6,000대를 팔아치워 20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역시 일본업체인 혼다와 닛산도 2.4%, 8.9%씩 증가하는 놀라운 약진을 보였다.
이 같은 환율 리스크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ㆍ기아차가 넘어가야 할 숙명 같은 과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격경쟁력 및 품질 등을 한단계 끌어올려 외생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강한 체질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환율 문제와 달리 노조파업에 대한 전문가들의 입장은 다르다. 현영석 한남대 교수는 “도요타는 90년대 엔고 등 어려움 속에서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며 “55년 동안 무분규를 지속해온 도요타는 노사화합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환율 문제를 극복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현대ㆍ기아차가 입은 노조파업 손실액은 가히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만약 기아차가 지난해 7,300억원, 대수로는 4만8,800대의 생산차질을 빚지 않았다면 영업적자를 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기아차보다 파업 빈도가 더 잦았던 현대차는 1조6,443억원의 손실이 생겼다. 영업이익이 35% 감소하는 데 그친 게 오히려 다행일 정도다.
현대차의 경우 2004년과 2005년의 파업일수는 각각 5일과 11일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7일로 늘어났다. 기아차도 지난해 21일의 파업일수를 보여 두배나 늘어났다.
매출차질 규모도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대차는 2004년과 2005년에 노조파업으로 각각 2,631억원과 5,795억원의 손실을 입었지만 지난해의 경우 1조6,443억원으로 늘어났다. 기아차의 매출 손실액은 2004년 2,862억원, 2005년 4,933억원에서 지난해 7,300억원까지 뛰어올랐다.
전문가들은 “눈앞의 이익만을 좇는 강성노조도 경쟁력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며 “무분별한 파업은 직접적인 매출손실뿐만 아니라 생산성 하락, 품질문제 발생, 국내외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인한 매출감소 등 악순환을 가져온다”고 우려했다.
/특별취재팀=정상범차장(팀장)·이규진·김현수·김상용기자 ssang@sed.co.kr
입력시간 : 2007/03/11 1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