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오일게이트와 수읽기

김창익 기자<정치부>

최근 정치판을 보면 일면 바둑과 닮았다. 이른바 오일게이트를 둘러쌓고 벌어지는 여야 공방이 상대방에 대한 수읽기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오일게이트는 여야가 벌이는 한판 대국인 셈이다. 지난 13일 야4당은 오일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검찰 수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른 감이 없지 않았지만 감사원 감사가 여당 감싸기라는 판단에서다. 이를 두고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 국민참여연대 상임고문은 “검찰청에 개가 있다면 하늘을 보고 웃을 만한 ‘얕은 수’”라며 맹비난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진짜 속셈은 4월30일에 있을 재보선용”이라고도 비꼬았다. 한나라당이 오일게이트에 연루된 여당 실세로 지목하고 있는 이광재 의원도 이를 빗대 “쓰레기 정치”라고 비난했다. 재보선 승리를 위한 여당 흠집 내기용이라는 것이다. 이기명씨와 이 의원의 이 같은 지적은 여당 지도부의 생각과도 일치한다. 특검법안이 통과하려면 국회 법사위를 거쳐야 하는데 여야 구성 비율이 8대7이어서 특검제 도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야4당이 특검제 도입을 강행하는 것은 오일게이트를 정치쟁점화해 4ㆍ30 재보선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정략이 아니고 무엇이겠냐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오일게이트 카드는 실제로 여당 실세의 개입 사실이 밝혀지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손해 볼 것 없는, 바둑으로 치면 꽃놀이패와 다름이 없다. 반면 열린우리당 입장에서는 응수할 수도, 그렇다고 안할 수도 없는 외통수와 같다. 우리당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수는 4ㆍ30 재보선까지 최대한 시간 끌기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수읽기를 끝낸 우리당은 일단 법사위 저지라는 카드로 차단막을 쳤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오일게이트에 대한 대국민 여론조사라는 수로 바람몰이를 계속하고 있다. 오일게이트라는 한판 정치대국을 보고 있노라니 승부가 어느 정도는 한나라당에 기울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막판 뒤집기라는 승부의 수순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당이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수는 단 한가지다. 당의 주장대로 이광재 의원이 실제 오일게이트의 몸통이 아니라는 것을 모든 국민이 공감할 만한 수준에서 명백히 밝혀내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당은 이번 승부에서 결코 선수를 잡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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