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아쉬운 탄핵절차

김호정기자 (사회부) gadgety@sed.co.kr

[기자의 눈] 아쉬운 탄핵절차 김호정기자 (사회부) gadgety@sed.co.kr 김호정기자 (사회부) 2004년 5월14일 헌법재판소는 두 달 넘게 한국사회를 격렬한 대립으로 몰아넣었던 탄핵심판을 종결했다. 이 기간 탄핵 찬ㆍ반 집회가 전국에서 대규모로 열렸고 정치권은 4ㆍ15 총선을 거치면서 탄핵 후폭풍으로 빠르게 재편됐다. 탄핵정국은 전 국민에게 학창시절 사회교과서에서나 배웠던 헌법재판소의 기능과 역할, 대통령 탄핵소추 절차와 요건 등을 분명히 가르쳤다. 특히 행정ㆍ사법ㆍ입법부의 ‘3권분립’원칙과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가 건국 이래 이번처럼 중요하게 다뤄진 적이 없었다. 헌법의 수호자로 ‘신의 대리인’으로까지 불리는 헌재의 결정문은 탄핵소추 이후 대다수가 예상할 수 있었던 결론에서 거의 어긋나지 않았다. 탄핵 직후 헌법학자나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다수는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한 점은 인정되나 탄핵사유는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헌재의 결정문과 대동소이하다. 대통령의 권한이 63일이나 중단될 정도로 국정운영이 파행을 겪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종 결정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헌재 재판관들이 탄핵심판 과정에서 지나치게 절차와 명분에 집착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헌재는 탄핵소추 의결 18일 만인 3월30일 1차 공개변론을 가졌고 이후 모두 7차례에 걸친 변론이 끝나기까지 꼬박 1달이 걸렸다. 특히 6차변론의 경우 검찰이 현행법에 따라 수사 및 내사자료 제출을 거부한 데 대해 소추위원들이 자료제출을 거듭 촉구하자 바로 변론을 연기할 정도였다. 첫 변론일 당시 새벽부터 줄을 섰던 방청객들이 차수를 거듭하면서 급감한 것도 헌재의 운영방식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헌재는 특히 결정문을 발표하면서 관례와 달리 결론에 해당하는 주문을 먼저 밝히지 않아 마지막까지 온 국민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물론 헌정사상 유례 없는 대통령 탄핵 심판을 맡은 9명의 재판관들이 느꼈을 중압감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헌재는 국회의원 재적인원의 3분의2를 넘는 압도적인 다수의 결정에 대해 절차상의 흠결없이 결론을 내리기 위해 신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최고 헌법기관의 권위는 절차적인 엄격성뿐 아니라 국가중대사를 한시라도 빨리 매듭짓겠다는 책임감이 뒤따를 때 형성된다는 점에서 헌재의 이번 결정에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입력시간 : 2004-05-1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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