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구를 지켜야 한다. 우리가 현실에 만족해 세계의 무질서와 혼돈을 방치한다면 훗날 역사 앞에 떳떳치 못할 것이다`
무슨 만화 같은 얘기냐 하고 웃고 넘길 수 있는 소리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라크 침공, 대 시리아 공격 경고, 북한핵 문제 등 최근 일련의 사태를 조종하고 있는 미국 신보수파, 이른바 네오콘들의 얘기다. 안개 속에 진행되고 있는 북한핵 사태를 이해하려면 미국에서 무섭게 신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네오콘들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사상 유례없는 첨단 군사 공격으로 일거에 이라크를 제압함으로써 세계 유일 초강대국임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취임 직후 환경 조약인 교토 협약을 일방 탈퇴하더니 2차 대전 이후 국제질서의 틀이었던 UN을 무시함으로써 도덕적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아이러니한 것은 지금 미국의 액션 배우(부시) 감독인 네오콘들은 지난 1960년대 `도덕적 선`을 구현한다는 기치 아래 민주당 내 한 분파로 태동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미국의 우월한 정치ㆍ경제 체제를 전 세계로 전파해야 하는 지구적 책임(Global Responsibility)을 외면하면 웬지 모르게 죄책감이 든다. 특히 손가락 하나로 정적 수십명을 제거하는 독재자를 보노라면. 폭격으로 무고한 이라크 어린이의 사지가 절단나고 있다고 세계는 아우성을 쳤다. 하지만 네오콘은 인디안 원주민을 미화한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늑대와 춤을`이란 영화를 보고 시시한 감상에 젖을 순 있지만 서부 개척을 하지 말아야 했단 말인가라고 반문한다.
베이징 3자 회담을 시작으로 북한 핵문제가 대화의 발판을 마련하는가 싶더니 미국은 지난 60년대초 쿠바 미사일 위기때처럼 북한 해상 봉쇄령을 검토하고 있다. 네오콘의 중심 인물은 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차관. 지난 91년 미국의 미국의 군사적ㆍ경제적 우월성에 위협이 되는 국가나 세력들에 예방적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보고서 작성을 주도했고 9ㆍ11 테러 직후 며칠 만에 이라크 침공안을 부시에게 제시했던 장본인이다.
제국의 부흥을 도모했던 로마 황제도, 나폴레옹도, 히틀러도 나름대로 정한 도덕적 선에 집착하다가 쇠락했다. 중요한 것은 도덕적 확신에 빠져 주어진 목적을 수행하는 `지능`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기 의심과 성찰을 수행하는 `지성`이 아닐까.
<국제부 이병관 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