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화물기 加상공·대서양서 새해맞이<BR>휴대폰·LCD등 국산 첨단제품 전세계 공수<BR>37시간 긴여정엔 경제성장·경기회복 기대
| 인천에서 출발해 뉴욕과 브뤼셀을 거쳐 돌아오는 세계일주 화물기에 한국경제의 희망을 걸어본다. 태평양 상공에서 지는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할 OZ587편 화물전용기에 31일 오후 첨단 정보기술(IT) 제품 등 국내 수출품 대표주자들이 실리고 있다. 원내는 양용주 기장. /인천 영종도=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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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년(乙酉年) 새해 벽두. 한국경제의 희망을 실은 세계일주 화물기 OZ587편은 한국시간으로 1월1일 0시 캐나다 상공을 날고 있다. 지는 해를 뒤로 하고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게 된 이 화물기에는 한국경제의 현재와 미래가 실려 있다.
31일 오후1시35분 인천국제공항을 떠난 화물기는 미국 앵커리지를 경유해 뉴욕과 벨기에 브뤼셀을 거쳐 2일 새벽3시5분에 인천으로 돌아온다. 총 비행시간은 31시간50분. 기체 안전상태를 점검하거나 화물을 내리고 다시 실을 때 걸리는 시간까지 더하면 정확히 37시간30분 만에 지구를 한바퀴 돌아 귀항하는 셈이다.
세계일주 화물기의 일등 손님은 한국경제의 대표주자인 휴대폰, 액정화면(LCD),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반도체, 컴퓨터 부품 등 첨단 전자기기와 고부가가치 의류. 가끔 신선도가 생명인 야채와 채소류도 태평양 넘어 미국으로 전해진다. 한국의 첨단기술로 집약된 세계 1등 제품들이 바로 이 화물기에 실려 전세계로 공수되는 것이다.
전체 화물 가운데 국내 제품은 30% 가량을 차지하며 나머지는 중국 동북부지역을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일본 서부지역 등지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환적화물이다. 이는 인천국제공항이 동북아 물류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98년 1월부터 ‘인천-앵커리지-뉴욕-브뤼셀-서울’의 세계일주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월ㆍ수ㆍ금요일에 출발하는 이 노선은 지난달 13일 1회를 증편해 일주일에 4차례씩 운행된다. 장거리 운항인 만큼 조종사도 뉴욕과 브뤼셀에서 각각 교체된다. 기장과 부기장 2명이 한 조로 모두 3개조가 투입된다.
OZ587편 운항을 책임지고 있는 양용주 아시아나항공 기장은 “국내 첨단제품의 수출물량은 최근 수년 동안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앞으로 1~2년 안에 변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을유년 새해에도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한 수출이 한국경제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한국경제의 도약을 점쳤다.
세계일주 화물기로 이용되는 기종은 보잉사의 B747-400으로 100톤의 화물을 한꺼번에 실을 수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화물 전용기이다. 아시아나 OZ587편의 경우 중국ㆍ일본에서 미국으로 건너가는 화물이 몰리면서 운항 때마다 적재적량인 100톤 이상을 실어나르고 있다. 특히 서울발 화물기는 뉴욕에 내려야 할 화물이 대부분이다. 또 뉴욕에서는 유럽으로 싣고 갈 화물도 평균 65톤 이상을 유지해 높은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37시간을 웃도는 긴 여정에서 세계일주 화물기는 2005년 한국경제의 저력을 전세계에 과시하는 한편 경제성장과 경기회복에 대한 전국민의 바람을 안고 돌아오게 된다. 거대한 엔진에서 뿜어나오는 거침없는 추진력, 그 속에서 한국경제의 미래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