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KT와 정통부의 미묘한 갈등

“이제는 정부 규제가 합리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안됩니다.” 국내 최대 기간통신사업자인 KT가 최근 3ㆍ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공식석상에서 던진 말이다. 정통부가 가입자선로공동활용제(LLU) 활성화를 위해 회선임대료를 내리자 여유설비 투자여력이 축소될 수 밖에 없다는 나름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대목이다. 이 같은 직설적 발언은 민영화 이후 KT가 제자리를 찾기까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안팎의 고민이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적절한 수익을 올리면서 어엿한 상장기업으로 도약하기엔 과거처럼 기간통신업체라는 굴레에 얽매여 있기엔 현실이 너무나 다급하게 돌아가고 있다. 요즘 들어 KT와 정통부가 과거 공기업 시절의 끈끈한 협력관계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것도 단적인 예다. 정통부가 차세대 신성장 산업 육성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디지털홈 시범사업 과정에서도 양측의 미묘한 입장차이가 그대로 드러났다. 시범사업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를 배제하고 오픈소스인 리눅스를 플랫폼으로 사용하겠다는 정통부의 의지와 달리 KT는 자체적으로 추진 중인 홈네트워크 시범사업에서 MS의 윈도CE를 채택했다. KT는 자사의 시범 서비스가 정통부의 시범사업과는 별개라며 의미를 축소했지만 최대 사업자인 KT의 엇박자 행보에 정통부측은 적잖게 당황해하고 있다. 정통부와 KT의 이 같은 불협화음은 일견 시대변화를 감안할 때 당연한 것으로 비춰진다. 민영화된지 1년이 지난 마당에 언제까지나 정통부 눈치만 살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KT가 진정한 민간기업으로서 자격을 갖추고 있느냐는 점이다.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아직도 KT는 끊임없는 변신을 추구해야 한다. 오늘날 세계적인 IT기업으로 자리잡은 것은 과거 공기업의 독점적 지위가 결정적인 배경이 됐음을 KT 스스로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의 특혜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면 KT는 진정한`민간사업자`가 될 수 없다. 민영화 과정에서 특정 재벌의 KT 소유를 반대하면서 국민기업이라고 자처한 KT가 오히려 `주주`와 `국민`을 동일시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정두환기자(정보과학부) dh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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