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銀 합병논의 급물살
금융노조 파업철회 이후
금융노조가 28일 파업철회 선언을 함으로써 22일부터 7일동안 계속됐던 두 은행의 파업은 막을 내렸다. 금융노조는 조건부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사실상 '파업동력'이 떨어진 노조측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해석된다.
파업철회와 함께 두 은행의 합병에 대해서도 노조측이 이를 어쩔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합병에 대해 노사간 자율적인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요구 조항은 내용이 포괄적이어서 마찰의 소지를 안고 있다.
따라서 이제 두 은행간 합병협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훈 국민은행장은 노조가 파업 철회를 선언한 후 기자들과 만나 "올해안에 국민ㆍ주택은행 합병추진위원회의 구성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태 주택은행장은 여기서 나아가 "합추위 의장에 두 은행장이 제외돼야한다는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는 또 "향후 3년간 두 은행 합병의 시너지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최대한 빨리 진행할 경우 내년 5월까지 합병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파업, 왜 철회했나
27일 경찰의 강제해산 이후 ▦노조원들의 결집력이 떨어진데다 ▦다른 은행들이 동조파업에 참여하지 않아 28일로 잡았던 은행 총파업이 불발되고 ▦업무 마비가 장기화되는 데 따른 금융대란 위기감 등이 전격적인 파업철회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파업초기와 달리 28일에는 국민ㆍ주택은행의 절반 이상 점포가 문을 연 데다 직원들의 복귀도 조금씩 늘어났다. 특히 주택은행은 이날 1만1,995명의 직원중 8,900여명이 돌아오는 등 복귀율이 74.3%에 달해 더 이상 파업을 계속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금융노조가 추진했던 28일 금융총파업이 다른 은행들의 반대로 불발로 끝나면서 파업을 계속 이끌어갈 힘도 크게 떨어졌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고객들의 불편이 커지고, 중소기업의 연쇄부도 위험성이 높아지는 등 파업이 경제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도 노조의 발목을 잡았다.
파업을 계속할 경우 여론이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노조는 '신용'을 먹고 사는 은행이 더 이상 파업을 계속할 경우 영업기반과 은행 신뢰도가 급격히 위축될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영업 정상화 되나
국민ㆍ주택은행 노조원들이 '파업 철회'발표로 영업점에 복귀함에 따라 두 은행은 29일 바로 영업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파업 과정에서 나타난 노조와 경영진간의 갈등 및 두 은행간의 갈등은 상당할 것으로 보여 눈에 보이지 않는 업무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은행 경영진이 28일 복귀한 직원과 복귀하지 않은 직원간 차별을 둘 방침이어서 마찰이 일 소지가 있다.
김 국민은행장은 "28일중으로 복귀한 직원들에 대해서는 불이익이 없을 것이다"면서도 "이번 파업이 워낙 경제 전체에 큰 파장을 줬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해 선별처리 방침을 확실히 했다.(이와 관련해 국민은행 팀ㆍ차장 협의회장인 윤영대 차장은 동부지역본부 대기역으로 인사조치됐다).
그러나 파업의 상처를 씻어내고 두 은행이 성공적인 합병을 성사시키려면 우선 노조원들부터 감싸안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7일간의 파업과 농성, 갑작스런 파업 철회로 지칠대로 지친 노조원들의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지 않으면 국민과 주택은행은 내부에서 곪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상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