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수출업체 달러 매도공세 일주일새 150억弗 팔아

'내년 환율 1,100원대 초반' 장기적으로 하락에 베팅<br>외환 당국 "급락은 막자" 개입 강도 높여 나갈듯


국내 수출업체들이 대대적인 달러매도 공세에 나서고 있다. 최근 일주일 동안 시장에 내다판 물량만 15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환시장에서는 조금 비약되기는 해도 '폭발적'이라는 단어를 쓸 정도다. 시장에서는 업체들이 환율하락에 베팅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기업들이 내년 사업계획 환율을 1,100원대 초반에 맞춰 놓은 상황에서 매수ㆍ매도의 균형점을 이 수준으로 수렴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5일 "수출업체들이 지난달 27일부터 나흘 동안 서울 외환시장에 100억달러가량을 팔았다"며 "이번주 들어 매도 공세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하루평균 15억~20억달러가량을 꾸준히 팔아 종합해보면 일주일 동안 매도물량이 150억달러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초 환율이 1,200원 부근까지 갔다가 다시 1,700선으로 되밀린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출업체들은 특히 월말 네고 물량이 겹친 지난달 29일과 30일에는 30억달러 이상을 한꺼번에 방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통상 하루평균 10억~15억달러 수준이 나오는 것과 비교하면 최근의 매도량은 아주 많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이처럼 대규모 물량을 쏟아내는 것은 원ㆍ달러 환율이 장기적으로 하락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환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국내 대표 기업들이 대부분 내년 사업계획 환율을 1,100원대 초반으로 잡고 있다"며 "달러화가 반등할 때마다 매도량을 늘리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삼성그룹의 사업계획 환율에 기준점을 설정해주는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연평균 환율을 달러당 1,130원으로 설정했다. 이밖에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도 각각 1,140원과 1,150원으로 책정해 놓았으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의 환율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내년 1ㆍ4분기에는 1,140원, 2ㆍ4분기에는 1,124원까지 내려앉을 것으로 예측됐다. 문제는 업체들이 이처럼 원화가치 절상 쪽으로 베팅하는 규모가 커질수록 환율하락 속도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것. 외환당국 입장에서는 가급적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을 세워 놓았지만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감안해 부분적인 개입은 유지하고 있다. 외환당국이 달러 급락을 막기 위해 지난달 사들인 물량만 80억~85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며 이는 외환보유액이 한달 만에 100억달러 가까이 늘어나는 주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외환시장의 한 딜러는 "미국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특별한 방향성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의 달러 흐름이 급격하게 바뀌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수출업체들의 물량 출회에 맞서 외환당국의 개입 강도도 점점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달러하락을 점치고 베팅하는 수출업체,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해 방어선을 펼치는 외환당국 간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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