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T경기 서서히 살아난다

PC 교체주기 입박·기술진보 새로운 수요 창출 기대 커져 IT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것일까. 최근 PC 출하가 늘어나고 대만 업체들이 주로 생산하는 컴퓨터 머더 보드의 10월 출하량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19%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어 이제 IT경기가 물밑에서 회복을 위한 몸짓을 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IT경기 회복에 대한 가능성은 거시와 미시적인 측면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다. 먼저 경제전체에서 보면 미국 상무부의 조사결과 미국의 3ㆍ4분기 IT투자가 매우 적극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지출이 3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증가 속도도 빠른 편이다. 기업 투자에서도 IT 경기 회복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미국의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부문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출이 3분기에 처음으로 두 자리 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컴퓨터 부문이 이같이 증가하는 것은 기업들이 감가상각이 완전히 끝난 장비를 교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구매에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컴퓨터와 주변기기도 마찬가지인데 두 부문 모두 지난 8월까지 1년 동안 3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IT경기에 대한 전망은 향후 시장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지난 3년 동안의 주가 하락이 'IT버블->수요를 뛰어넘는 초과 공급->버블 붕괴' 과정에서 초래된 만큼 IT경기 회복은 진정한 경기 회복인 동시에 주가 상승의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IT의 중요성은 3년 전 회자되던 '신경제'논리에서 엿볼 수 있다. 당시 신경제에 대한 기대는 IT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생산성이 향상되고, 생산성 증가는 고성장ㆍ저물가라는 호 순환을 가져오는 중심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 기초했다. 최근 IT경기 회복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PC의 교체 주기. 지난 수 십년 동안 PC를 포함한 IT 장비의 생명력이 시간이 갈수록 짧아져 왔다. 가장 최근에 PC가 대량 교체된 시점이 지난 99년 말인데, Y2K 수요가 주요인이었다. 이 때문에 지난 90년대 말에 구매한 IT 장비의 대부분은 지금 그 활용도가 극히 떨어지고 있다. 과거 2.5년 정도를 주기로 PC가 교체됐다는 사실과 99년 이후 4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는 장비를 교체하기 위한 새로운 투자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술의 진보다. 내년에는 음성에 주로 의존하던 무선통신 시장에 데이터서비스가 광범위하게 도입될 것이고, 반도체를 비롯한 여타 부문에서도 기술의 진보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에 IT와 관련해 긍정적인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은 이 부분이 추세적인지를 판단하기 힘들다. 올 연말을 넘겨봐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IT경기에 대한 판단을 하기 힘든 것은 우선 전통적으로 10월과 11월에 크리스마스 시즌에 의한 계절적 특수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PC수요 증가 등이 계절적 특수가 예년보다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라면, 연말에 수요가 다시 급냉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또 하나 판단을 어렵게 하는 점은 IT 전부문이 여전히 엄청난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자료에 따르면 컴퓨터와 가전 장비용 컴퓨터와 사무장비 업체의 가동률은 65.4%로 급감해, 지난 67년부터 2001년까지의 평균치를 15.3%P나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장비의 경우에는 사정이 더 나빠 가동률이 사상 최저치인 49.9%까지 하락했다. 결국 업종을 불문하고 IT 산업의 설비가동률은 다른 산업에 비해 10~20%포인트 정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이다. 설비 가동률이 낮을 경우 두 가지 문제가 초래되는데 첫째는 있는 공장도 제대로 돌리지 못하는 처지에서 새로운 투자는 생각할 수 없게 된다. 또 하나는 가동률이 낮을 경우 업체들의 가격 지배력에도 문제가 초래되는데, 가동률이 낮은 상태에서 기업들은 변동비만 뽑을 수 있으면 물건을 생산하려 하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고, 수익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컴퓨터와 주변 기기의 도매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 9월까지 1년 동안 20.5%가 떨어졌다. 물론 지난 십 수년간에도 IT 상품의 가격은 빠른 속도로 하락해 왔다. 그러나 과거에는 기술의 진보가 IT제품 가격 하락의 주요인이었던 반면, 최근에는 기술의 진보와 함께 낮은 가동률이 주요인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아직은 IT 경기의 회복을 점치기 힘들다. 또 IT 지출이 증가세로 돌아서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IT경기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마지노선에 도달한 것만은 틀림없다.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보다는 더욱 점진적이고 서서히 나타나겠지만 앞으로 회복이 계속될 것이다. IT경기가 회복될지 여부는 내년 주식시장의 진정한 회복을 가능케 하는 지표이다. 해당 부문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높기 때문인데, 올 4월 이후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렸던 것도 결국 세계 IT 경기가 예상보다 나빴기 때문이다. 내년 IT는 올해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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