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6자회담에 참가하고 있는 북한과미국이 본회담 이틀째인 24일 오후 3시부터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처음으로 양자협의를 갖고 구체적인 핵문제 해결방안을 놓고 집중적인 절충을 벌였다.
이날 양자협의는 23일 본회담에서 수석대표 기조연설을 통해 북-미 양측이 6자회담 이후 처음으로 폐기를 전제로 한 핵동결 대 상응조치(보상)에 관해 각각 구체방안을 제시하고 만 하루동안 상대방의 안을 검토한 뒤 만난 것이다.
오후 3시부터 2시간 20분동안 진행된 이날 양자협의에서 북-미 양측은 모두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등 시종 진지한 태도로 임했으나, 핵폐기 범위,HEU(고농축우라늄) 문제, 검증방법 등 주요현안을 놓고 현격한 입장차를 보였다.
한국측 회담 관계자는 "북-미 양측 모두 상대방의 안에 대해 질문을 많이 했으며, 특히 북한은 미국의 안을 설명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이번 6자회담에 악영향을 미치고 할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HEU(고농축우라늄) 문제와 관련, 이날 양자협의에서 미국은 `증거가 있다'며 북한에 HEU 보유 사실을 시인할 것을 주장한 반면, 북한은 '증거가 있으면 내놓으라'고 반박하는 등 주요 현안에 관해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등 커다란 입장차이를 보였다고 일본측 회담 관계자가 전했다.
또 미국은 '선(先) 핵폐기'를 요구하고 북한은 '동시행동조치'를 주장했다.
핵폐기 검증방법과 관련, 북한은 6자회담 참가국의 합의를 바탕으로 한 국제사찰을 주장한 반면 미국은 '(북한내에서) 언제든지 어디든지' 의심지역에 대한 핵사찰이 가능토록 북한의 NPT(핵무기확산금지조약) 추가의정서 가입을 전제로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의한 국제사찰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번 회담부터 북측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의 핵폐기'라는 용어 대신에 '포괄적 비핵화'(comprehensivede-nuclearization)라는 새 용어를 쓰기는 했지만, 여전히 북한에 모든 '핵프로그램'을 폐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만을 포기하고 평화적 핵활동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북한은 영변의 5MW짜리 흑연감속로를 포함해 모든 핵무기 관련 계획을 폐기하겠다고 밝히는 대신, 테러지원국.경제제재 해제, 200만kw 전력에 상당하는 에너지 지원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측 회담 관계자는 "주요현안에 대한 서로 입장차가 컸지만 변화의 여지가없는 것은 아니었다"며 "상세하고 구체적인 현안들을 놓고 북-미간에 서로 정중한 대화가 오갔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미 양자협의에 뒤이어 댜오위타이에서 북-일 양자협의가 이뤄졌으며, 23일오전에 이어 이날 오후 4시 또 한 차례 한-중 양자협의가 진행됐다.
이날 양자협의에서 한국과 중국은 전 날 본회담에서 제시된 북-미 양국을 포함한 참가국들의 구체적인 핵문제 해결 방안을 놓고 상호 평가한 뒤, 이번 회담에서 공동보도문 채택, 4차 회담 조기 개최 등의 문제에 대해 집중 협의했다.
이에 앞서 6개국은 이날 오전 둘째 날 전체회의를 갖고 일본과 러시아, 중국 수석대표의 기조연설을 듣고 전날 북-미-한 3국이 내놓은 구체적 방안을 논의,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이를 위해 핵폐기가 돼야 하며, 핵폐기의 첫 단계로 핵동결문제를 논의하되 핵동결에는 검증이 수반된다'는 기본원칙에 의견을 접근시켰다.
이어 오후 6시 30분부터 댜오위타이 6호각에서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주최로 6개국 대표단 초청 만찬이 열렸다.
(베이징=연합뉴스) 이 유.인교준 기자